고즈넉했던 덕수궁 돌담길..사람 없고 공회전 차만 있어요

입력 2019.11.04 14:46수정 2019.11.04 16:17
공회전으로 쉴새없이 매연을 뿜어내.. 돌담길의 정취 훼손
고즈넉했던 덕수궁 돌담길..사람 없고 공회전 차만 있어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19.10.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4일 오후 1시쯤 노란 은행잎 등 단풍이 절정에 달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점심 식사를 마친 광화문과 서울특별시청 인근 직장인들이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반면,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주한미국대사관저, 일명 '하비브하우스'를 중심으로 서울경찰청 54기동대 소속 경찰버스 3대가 동시에 공회전을 하며 매연을 내뿜고 있었다. 여기에다 경찰 소속 미니버스, 승합차, 승용차 등까지 엉켜 있었다.

지난달 18일 대진연 소속 회원들이 미국대사관저 담을 사다리를 이용해 넘은 뒤 마당과 건물 입구에서 시위를 벌인 이후 경찰의 경비 강화에 따른 조치다.

이후 경찰은 미대사관저를 중심으로 경찰 기동대 1개 중대를, 버스 3대로 나눠 관저주변 덕수궁길 담벼락을 따라 상주 주차하며 경계근무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근무 시간중 이들 버스 3대가 거의 모두 시동을 켜고 공회전을 하고 있는 점은 외국공관 경비강화와는 또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회전을 통해 쉴새없이 매연을 뿜어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인 덕수궁 돌담길의 정취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회전 시 발생하는 배기가스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주요원인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등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서울시청 인근 사무실에 근무한다는 한 이양주씨(26)는 "경비 강화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좁은 덕수궁길에 경찰 버스를 3대나 세워놓고 계속 공회전을 하고 있는 길을 지나다니는 건 고통스럽다"라며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버스 내에서 대기와 휴게를 동시에 해결해야하는 기동대원들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해도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시와 종로구, 중구 등은 4대문 안 도심 공회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2분 이상 공회전 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더구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민갑룡 경찰청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앞길에서 열린 수소전기버스 시승 행사에 참석해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시는 공간이었지만 그동안 경찰경유버스가 놓여 있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일이 오랫동안 계속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총리는 지난해 광화문에서 공회전하는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할 것을 공개 제안한 바 있다. 경찰기동대 버스는 업무특성상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고, 냉난방 장치 가동을 위해 시동을 켜 놓는 과정에 배출되는 가스 때문에 주변 통행인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도입한 수소전기버스 2대를 이날부터 광화문과 여의도에 배치하고 기동대원들의 대기 및 휴게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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