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비판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관료들과 치열한 '설전'을 벌이다 한동안 공개적인 발언을 피해왔던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검찰 기소 이후 다시 정부를 향한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웅 대표 특유의 '독설'이 포용적 성장의 물꼬를 트기보다는 갈등만 더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열린 한국사내변호사회 멘토링 세미나에 참석해 "국토교통부가 네거티브 규제를 실천하지 못한 것이 갈등이 증폭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뱉었다.
이 대표는 현재 쏘카 자회사인 타다가 택시업계와 극한 대립 상황에 놓인 것과 지난 29일 검찰이 자신을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한 원인을 국토부의 '무사안일주의' 탓으로 돌렸다.
이 대표는 "택시업계가 피해를 봤다고 하니 우리 보고 그냥 택시회사가 되라고 한다"며 "혁신을 시작하지도 못한 기업한테 보상부터 하고 시작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토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졸속법안'이라 비판했다.
◇이재웅 대표의 택시·정부 향한 너무 잦은 '쓴소리'
포털 '다음'을 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인인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장을 맡아 함께 일했지만 올 초 "한계를 느꼈다"며 위원장 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빌리티 혁신의 당위성과 이를 쫓아오지 못하는 정부와 택시업계를 비판하는 '작심발언'을 지속적으로 올려 민간의 '혁신 전도사' 이미지를 얻었다.
당시 이 대표는 택시업계를 향해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면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택시기사들"이라며 "내일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면 바로 내일 개인택시는 모두 실업자가 되고 면허값은 0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기사가 분신한 사고를 두고 "죽음을 예고하고 부추기고, 폭력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이 대표는 카풀 서비스를 두고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가 갈등에 놓여 있을 때 당사자 간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해왔다. 기존 시장을 뒤집는 혁신산업과 기득권을 가진 전통산업이 스스로 손을 잡는 건 애초에 불가능 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 대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공유경제 문제에서 이해관계자간 대타협을 강조하자 이 대표는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또 타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자신을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향해선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자신에게 '독'으로 돌아온 '독설'…택시·정부와 '무한갈등'
이런 이 대표의 독설이 전통산업에 묶여 혁신을 주저하는 정부에 자극을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던 반면, 사업에 있어선 스스로에게 '독'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카풀 서비스로 택시업계의 반발을 사다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해 택시업체들과 손을 잡은 카카오는 현재 중형·대형택시 시장을 아우르며 사업 확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카카오는 정부 방침에 따라 택시와 손잡고 플랫폼 택시 사업을 펼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반면 타다는 택시업계과 건건이 부딪히면서 택시와 함께하는 '타다 프리미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법 여부를 재판으로 가리게 된 렌터카 기반의 '타다 베이직'의 증차를 연말까지 포기한 상황에 택시업계와 갈등을 풀지 못하면 사업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가 뱉었던 독한 표현들이 택시업계를 자극해왔기 때문에 쉽게 매듭을 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택시업계는 이 대표 기소 이후 곧바로 성명서를 내 "검찰의 정의로운 기소를 크게 환영한다"며 "타다는 불법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불법여객운송행위를 정당화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웅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은 태생적으로 '혁신의 대열'에 동참해야할 IT 업계로부터도 비난을 샀다. 네이버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김정호(54) 베어베터 대표는 "서민은 돈을 1억원이나 모으고 그 돈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사는데 투자도 안하고 자가용 운전자가 모으고 카니발이나 사고 아무나 써서 운행을 하면서 수입을 올려도 되냐"며 꼬집었다. '혁신'이라는 미명아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익만 누리는 '무임승차'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재웅 대표는 한글과컴퓨터의 창업자인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가 타다가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면 되지 않냐는 제안을 하자 이재웅 대표는 사회보장제도를 언급하며 정부에 공을 떠넘겼다.
◇또 한번 '상생기회' 차버린 타다…실무기구 논의 '표류'
현재로는 타다가 택시업계와 갈등을 풀 방법은 국토부가 중재에 나서는 것 외에 딱히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토부 역시 모든 갈등의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이 대표의 언행이 달가울 리 없다.
타다의 검찰 기소에 이 대표의 저격까지 겹쳐 '혁신의 걸림돌' 취급을 받게 된 국토부는 난감한 입장이 됐다. 당장 타다와 택시업계를 한자리에 앉혀 상생방안을 논의한다던 '택시제도 개편방안 실무논의기구'의 후속활동이 불투명해졌고, 연내 입법하려던 법 개정안도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늦추자는 의견이 나와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강경노선이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국토부의 안이 완벽히 만족스럽진 않아도 일단 실무기구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자던 업계 의견도 있었는데 정부를 비판하며 분위기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