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교통사고 조사를 나온 현직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여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직 경찰관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충북 충주에 사는 전직 경찰관 A씨(60)는 지난해 7월14일 오후 2시45분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아내 B씨의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을 찾았다.
1톤 화물차가 아내의 승용차를 들이받은 사고였다.
경찰은 오른쪽 앞바퀴 타이어 펑크로 중심을 잃은 화물차가 승용차를 들이받은 불가항력적 사고로 판단했다.
현장을 둘러본 전직 경찰관 A씨의 생각은 달랐다. 급히 차로를 변경하던 화물차가 아내 차량을 치고 도로 경계석에 부딪히면서 타이어에 펑크 났을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사고 조사를 나온 충주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C경사에게 "스키드 마크(차량 브레이크 자국) 길이를 재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는 35년간 경찰로 근무했던 경력을 언급하면서 스키드 마크 측정을 재차 요구했다.
C경사는 "가해 차량이 과실을 인정하고 있고, 보험에 가입돼 있어 스키드 마크 길이를 확인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며 "순사 생활 35년 했다는 분이 그런 것도 모르냐. 혹시 엎어까기라도 할까봐 그러냐"고 말했다.
이런 말에 화가 난 A씨는 자신의 배를 C경사의 배를 향해 들이밀며 밀치는 등 항의했다.
이어진 말다툼에서 C경사는 A씨에게 "자꾸 옛날 생각나세요? 이상하게 배우셨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10분 가까이 C경사와 말다툼을 벌인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경찰을 폭행하며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법정에서 "C경사의 모욕적인 언행에 항의하기 위해 배를 들이미는 행위를 한 것뿐"이라며 "폭행이나 협박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를 유죄로 판단,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모두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성묵 부장판사)는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C경사의 배를 향해 자신의 배를 들이밀어 밀치는 듯한 행동을 한 이유는 '순사 생활을 했다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등의 말에 순간적으로 화가 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어 흔적을 측정해 달라는 피고인의 요청이 일고의 가치가 없을 정도로 부당하거나 악의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C경사가)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부당한 간섭으로 치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매국의 친일경찰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 '순사'라는 표현으로 피고인을 모욕한 C경사의 언행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C경사를 향해 배치기를 하고 말다툼 과정에서 손을 들어 때릴 듯 한 시늉을 한 것은 모욕적인 언행에 항의하기 위한 행위"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행위의 태양 등에 비춰볼 때 항의로 볼 수 있는 테두리를 넘어 경찰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