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한옥 여사, 대통령 아들 키워낸 92년 일생

입력 2019.10.29 21:04수정 2019.10.29 21:05
흥남철수 당시 형제들과 생이별.. 시장좌판, 연탄배달 등 뒷바라지 
故 강한옥 여사, 대통령 아들 키워낸 92년 일생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故 강한옥 여사는 함경남도 흥남에서 6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형제와는 1950년 흥남철수 때 모두 헤어졌다.

남편 故 문용형씨와 함께 경남 거제로 피란 온 강 여사는 1953년 문재인 대통령을 낳았다. 당시 남편은 포로수용소에서 노무일을 했고 강 여사는 어린 문 대통령을 등에 업고 행상일을 하며 살림을 꾸렸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어머니는 이남에서 혈혈단신이었다. 피난살이가 너무 힘들고 고달파서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세상천지에 기댈 데가 없어서 도망가지 못했노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시곤 했다”라고 전했다.

또 지난 2017년 인터뷰 대담집을 통해 문 대통령은 “평화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흔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 고향을 찾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전 부산 영도로 이사했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남편의 양말 사업이 실패하자 강 여사는 시장에서 구호 물자로 나눠준 옷가지로 좌판 장사, 연탄 배달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나는 검댕을 묻히는 연탄배달 일이 늘 창피했다. 오히려 어린 동생은 묵묵히 잘도 도왔지만 나는 툴툴거려서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강 여사는 아들을 데리고 성당에 나가 구호식량으로 끼니를 떼우며 천주교 신자가 됐다. 이후 강 여사는 부산 영도에서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1970년 반독재시위로 구속됐을 당시 강 여사는 옥바라지를 했다. 문 대통령은 “마치 영화 장면 같은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혼자서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이후 강 여사는 1978년 문용형씨가 이른 나이에 작고한 후 40년 간 홀로 살았다. 홀몸으로 아들의 사법고시 뒷바라지도 책임졌다.

한편 강 여사는 문 대통령 당선 직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인이, 참 착하거든. 말로 다 표현 못 해. 저래 가지고 세상 살겠나 싶었는데"라며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게 관심 두고 도와주고, 고시에 붙었어도 덜 환영받는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내가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딨노'라고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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