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대학 동문들을 상대로 수백억원대의 투자사기를 벌인 40대 남성이 2년 넘게 해외도피 생활 끝에 붙잡혀 구속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연 20~3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대학 동문들에게 투자금을 모으고 이를 가로챈 혐의(사기·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주범 조모씨(41)를 구속하고 이모씨(40) 등 공범 5명을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대학 동문들에게 접근해 자신이 운용하는 해외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꼬드겨 피해자 180명에게 205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먼저 투자금을 낸 사람들에게 나중에 받은 투자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수년 동안 사기행각을 이어갔다. 경찰은 일당이 투자금을 받았지만 실제로 투자한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결국 피해자들은 2017년 조씨를 고소했지만 그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였다.
조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이씨 등 공범들은 조씨의 대학 동문 또는 친인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공범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투자금 일부를 되돌려주며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회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씨 일당은 이렇게 받은 투자금으로 자신이 세운 투자회사 명목의 페이퍼컴퍼니를 유지하는 데 쓰거나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로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조씨는 경찰이 지난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조씨를 적색수배하면서 결국 지난 8월 붙잡힌 뒤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 일당이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기를 벌이면서 긴 시간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고소만 수십건으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