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최근 '싸이월드 구하기'에 나선 한 업체가 무상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허황된 구호일 뿐 고객의 개인정보만 무더기로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추억'을 인질로 개인정보만 챙기고 자사 홍보에만 열을 올린 '어뷰징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4일 암호화폐(코인) 발행업체 시그마체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싸이월드 이용자 데이터 무상 백업을 진행하겠다"며 별도의 신청란을 공지했다.
시그마체인은 곽진영 대표이사가 이끄는 암호화폐 발행업체로 곽 대표는 싸이월드 초창기 시절 데이터베이스를 관리·운영한 인연이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싸이월드가 최근 서버비용도 유지하지 못해 사이트가 '먹통'이 되고 고객들이 사진 등 데이터를 백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자 시그마체인은 무상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백기사'를 자처했다.
문제는 싸이월드와 사전에 아무런 교감없이 독단으로 서비스 제공 의사를 밝힌 것. 공지글에도 "데이터 백업은 싸이월드가 동의 시 진행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했다.
게다가 싸이월드의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상 백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각종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시그마체인은 자사가 개발한 SNS '스낵' 싸이트에 신청 링크를 연동, 이곳에서 싸이월드 이용자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이름 등 개인정보 상당수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무상 백업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시그마체인 관계자는 "이미 수천여명이 개인정보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 입장에서는 '마지막 희망'이 고객인데 시그마체인은 싸이월드의 고객 데이터 자산을 사전 허락도 없이 고객들에게 무상 백업 시스템 제공을 대대적으로 홍보만 한 셈이다.
관련업계에선 싸이월드 경영난을 계기로 싸이월드가 다시 실시간검색어까지 오르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으면서 시그마체인이 자사 블록체인 서비스를 홍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이유다.
시그마체인 관계자는 "싸이월드 측에서 데이터백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전달하는 연락이 왔다"며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운 서비스임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그마체인은 싸이월드 데이터 백업을 희망하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트웰브쉽스가 삼성전자 이름을 내걸고 홍보를 해 코인 판매에 득을 본 전례가 있어 시그마체인 또한 싸이월드를 통해 코인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며 "본인인증까지 마무리한 이용자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확보하게 돼 다른 마케팅 용도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시그마체인 측은 "마케팅이 아닌 선한 의도"라며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시그마체인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이 싸이월드의 근무해 서비스 내용에 대해 이해가 깊어 큰 부담없이 데이터 백업이 가능해 무상지원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