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정기국회가 본격적인 '예산정국'에 진입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정국에선 역대 최대인 513조5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두고 '원안 관철'을 주장하는 여당과 '대폭 삭감'을 벼르는 야당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시정연설 직후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28일과 29일 양일간 열릴 예정인 종합정책 질의에는 국무총리, 기획재정부장관 등이 출석한다.
또 오는 30일과 다음달 4일엔 경제부처 예산안을 심사하고 내달 5~6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다. 동시에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다.
다음달 11일부터는 각 상임위가 제출한 예산 수정안에서 증액 또는 삭감 여부를 결정하는 소위원회를 가동한 후 다음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확장적 재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는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보다 9.3%(43조9000억원)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으로 편성,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혁신' '포용' '공정' '평화' 등 네가지 갈래로 구체화했다.
이 중 가장 첨예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항목은 확대된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복지·일자리 예산'이다.
보건복지 예산의 경우 160조 9972억원 규모였던 올해보다 12.8% 증가한 181조 5703억원으로 편성됐고, 일자리 예산은 올해(21조 2374억원)보다 21.3% 증가한 25조 769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여야가 소강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와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시각차를 보이는 만큼 1조 2200억원에 이르는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여야 충돌도 예상된다. 남북기금은 올해보다 10.3% 늘었다.
남북협력기금 등 평화 관련 예산 심사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예산 대비 10.3% 증가한 1조2200억원에 이른다.
민주당은 세계경제 둔화 및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적 경기하방 리스크가 큰 만큼, 확장적 재정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문 대통령이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공감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제조업 등 '질 좋은 일자리'로 발전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정부가 '총선용·선심성 예산'을 책정해 국회에 제출한 것이라며 '현미경' 심사를 통해 삭감이 필요한 부분은 제대로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고용지표 개선' 평가에 대해선 '가짜 일자리 증가' 등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다며 '세금 인상·채무 확대'를 통한 재정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캐스팅보트'인 바른미래당은 확장재정의 방점이 '복지 확대'에 찍혀있는 것에 대해 국가부채 증가와 청녀층의 미래에 과도한 부담을 지을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환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포용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반대로, 재정확대 방침에 대해선 공감을 표하면서 불평등 해소, 기득권 타파를 위한 복지예산 규모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심의하고 필요한 입법을 뒷받침해서 내년도 경기침체, 하방리스크 위험을 극복하는데 전력을 다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재정을 강조하고 정부의 만능주의적 사고를 볼 수 있었다"며 "정의를 확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예산은 찾아내 우리 당 차원의 예산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포용적 경제를 한 편에 두고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언급해야 하는데 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현행 국회법(국회선진화법)상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를 끝마칠지도 관심사다. 국회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시한을 나흘 넘긴 12월 6일 끝내 반대입장을 고수한 한국당이 불참한 채 예산안을 처리했다.
지난해에는 복지예산안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더해 '선거법 개편안과 동반처리'를 주장한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3당의 반대 등 진통이 거듭되며 시한을 6일 넘긴 12월 8일 처리됐다.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예산심사 때마다 반복돼 온 지역구 SOC 사업 등을 위한 '쪽지예산' 관행이 올해 더욱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