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이윤희 기자,유재규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종결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재판직전까지 8차 사건 범인 윤모씨(52)에게 '허위 자백' 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뉴스1이 입수한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윤씨는 경찰이 검찰 및 원심(1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을 강요당했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사건 당일)자신의 주거지에서 지인과 함께 잠을 잤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바가 전혀 없다"면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8차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하도록 강요 받았다"며 범행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윤씨는 1·2심 모두 신빙성 없는 자백을 기초로 해 다른 증거도 없이 자신을 살인 및 강간치사죄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에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결국 대법원에 이 사건의 법리적 판단을 맡겼다.
대법원은 그러나 "윤씨가 범행사실을 부인하는데 있어 (알리바이 입증 또는 근거 등)자료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자백의 신빙성 역시 넉넉히 인정된다"며 윤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윤씨는 수사기관이래 1심 법정까지 이 사건 범행사실을 자백해 오다가 2심 법정에 와서 번복하고 부인하고 있다"면서 "자백이 고문 등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윤씨의 3심을 맡았던 이돈희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건이 오래돼 기억은 없지만 그동안 재판기록과 윤씨가 과거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부분 등 여러가지 상고이유가 될 만한 부분을 뽑아 최대한 일일이 지적해 가며 상고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기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윤씨와 대면한 적은 없지만 당시 이 사건을 상고심까지 다루려고 한 것을 보면 정말 억울했던 심정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모방범죄로 결론났다가 최근 이춘재가 자신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도 화성연쇄살인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듬해인 1989년 7월 윤씨가 검거되면서 모방범죄로 결론 났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나온 음모, 혈액형이 윤씨의 것과 일치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검찰에 넘겼다.
윤씨는 경운기 수리센터 직원이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그는 사귀던 애인이 떠나 버린 뒤 여성에 대한 원한을 갖던 중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윤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 20년형으로 감형돼 2009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대상자가 8차 사건도 본인소행이라고 진술했다”며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