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제집행 대치하다 농약 마신 건물주

입력 2019.10.07 17:04수정 2019.10.07 19:19
"前경찰이었던 남편이 후배들 앞에서 모멸감을 느낀것 같다"
부동산 강제집행 대치하다 농약 마신 건물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부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전직 경찰이었던 남편이 후배들 앞에서 모멸감을 많이 느낀것 같아요..."

지난 4일 경기 부천시 춘의동에서 법원 부동산 강제집행중 농약을 마셔 중태에 빠진 A씨(62)의 가족은 흐느끼며 이 같이 말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34년동안 경찰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 A씨는 최근 칼국수 집을 운영하다 빚을 갚지 못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다.

그가 은행에 진 빚은 14억 1000만원. 최근 원금 1억원을 갚고, 이자 500만원도 냈지만, 2~3개월 빚을 갚지 못하자, 빚은 17억원으로 늘어나 건물은 결국 경매로 넘어갔다.

A씨의 부인 B씨는 "34년간 경찰직을 했던 남편이 돈을 갚지 못해 강제집행 당하는 모습을 후배 경찰들에게 보여 모멸감을 느낀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들이 집행관들에게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집행관들이 밀고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집행관들이 데려온 용역분들이 막대기를 가지고 칼국수집 유리창을 깨부수고 들어왔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무섭고 아찔하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경찰들도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아 강제적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법원 집행관들이 오히려 역정을 내며 고지를 하겠다고 들어갔다"며 "무리하게 법 집행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도 "농약을 마시려고 할때 제압을 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벌어져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7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4일 오후 1시쯤 경기 부천시 춘의동의 한 건물에서 A씨(62)가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농약을 마셨다.

A씨는 병원에 긴급 이송됐지만 중태다.

현장에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선정한 집행관 10명, 용역 4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부동산 강제집행을 위해 A씨와 대치했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하자 경찰은 협상팀 등 10여명을 꾸려 A씨를 진정시키는 한편 집행관들에게 무리하게 들어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집행관들이 강제집행 고지를 해야 한다며 건물에 진입하자, 이를 본 A씨는 현장에서 농약 반병을 마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법원 집행관들이 부동산 강제이행을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집행관법 3조에 따르면 집행관들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10년 이상근무한 사람들 중 지방법원장이 임명한다.

법원 관계자는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했지만, 현재 공식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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