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 롯데백화점 안산점에선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1층 신관에 들어서면 화장품 매장도, 명품 매장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그 자리는 무인양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치스러운 느낌 대신 수수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수십년간 이어진 백화점 업계의 매장 공식이 파괴되고 있다. 1층엔 명품과 화장품, 지하에는 식품관으로 고정돼 있던 층별 매장 구성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씀씀이 습관 역시 바뀌고 있어서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매장을 구성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 롯데백화점 리뉴얼 "신규 고객 유입 많아 성공적"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 안산점은 리뉴얼을 마치고 문을 다시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층별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1층엔 무인양품을, 2층을 아동·유아 매장으로 구성했다. 총 6개 층 중 2개 층을 상품 매장이 아닌 고객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고객에게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닌 쉬고 머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재개점 후 신규 고객 유입이 크게 늘었다"며 "안산점의 파격적인 층간 구성과 인근 고객의 요구에 부합한 브랜드 도입이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백화점 1층엔 화장품·명품, 지하층의 식품관은 공식에 가까웠다. 고가의 명품 매장은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접근성이 좋은 1층에 자리를 잡는 게 전형이다. 명품 업체도 입점 조건으로 백화점 측에 1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은 의류와 비교해 가격이 낮아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추가 구매'가 가능하도록 1층에 들어서는 게 일반적이다.
지하층에 있는 식품관 역시 마찬가지다. 지하는 주차장 혹은 지하철과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소비자들이 퇴근 후 백화점에서 장을 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백화점 층별 공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매출 부진'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온라인에 고객을 내주면서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의 지갑을 어떻게 해서라도 한 번이라도 더 열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매장을 유동인구가 풍부한 지하에 놓는 파격을 택했다. 현재 명동점 지하엔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가 있다. 팝업 스토어(임시) 성격이지만 각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몰려 있어 젊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유리하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명품 특성을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고객 비율은 여전히 40대 여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이들만 믿고 층별 매장 구성을 짜기엔 한계에 직면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명품과 애플숍이 한층에…소비자 원하는 것 한층에 집결
신세계백화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강남점 명품 매장이 있는 2층 한가운데에 '애플숍'이 있다. 과거 애플숍은 가전 매장에 속해 있었다. 명품 구매자가 소비 수준이 높다는 점을 반영해 애플숍을 같은 층에 배치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소비층과 상품 특성을 결합한 매장 구성으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점엔 부분가발 전문 매장인 '시크릿 우먼'이 4층 여성 정장 매장 가운데에 둥지를 틀었다. 패션 잡화에 속했던 과거 전형을 버렸다. 주요 소비층이 중년 여성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다. 고객들은 마치 옷을 사듯 자연스럽게 가발 가게에 들를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애플 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와 명품 구매 고객층이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애플숍은 과거 가전 매장에 있을 때보다 연평균 2배 이상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과거와 같은 틀을 깨기엔 부담스럽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간 노하우를 통해 최적으로 층별 매장을 구성한 것"이라며 "대형 업체 변화에 따른 소비자 반응을 우선 보고 판단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