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3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시술이라더니…."
광주 광산구의 한 종합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사과를 요구하는 1인시위가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2일 광주 A병원 등에 따르면 정금옥씨(56)는 지난 7월부터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A병원은 즉각 사과하라'는 펼침막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직장인이다 보니 평일에는 부인이나 지인이 1인 시위를 하고 정씨는 주말에 직접 거리에 나선다.
정씨는 "어이없이 당한 의료사고로 생사를 오갔지만 병원 측은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며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힘들지만 1인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올해 초 오른쪽 팔이 저리는 증상을 겪었다. 2~3차례 통증클리닉에 다녔으나 차도가 없어 지난 2월25일 광산구 A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MRI(자기공명영상)까지 찍은 후 신경외과 원장 B씨는 "목뼈 6,7번쪽에 뼈가 조금 삐져나와 팔이 저린 것"이라며 "20~30분 정도 간단한 시술에 2~3일 정도 입원하면 팔저림이 없어질 것"이라고 시술을 권했다.
정씨는 회사에 3일 병가를 내고 3월6일 입원했다. 국부마취를 하고 시술에 들어갔다. 20~30분이면 되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했으나 시술 과정에서 3차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정씨는 "레이저로 간단하게 태우면 된다고 했는데 참기 어려운 고통을 느꼈다"며 "이 정도 고통이면 전신마취를 하지 왜 국소마취를 했을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술이 끝나고 3일간 입원했다. 하지만 팔저림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 측은 "차차 좋아질 것"이라며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 달 정도 가기도 한다"고 안심시켰다.
정씨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지만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에 8일간 입원하고 퇴원했다.
이후 3월19일 갑자기 등을 후벼파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진통제와 신경이완제를 투여했다. 23일에도 또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B원장은 다시 입원하라고 했고 정씨는 병상에 누웠다.
이때부터는 말 그대로 '지옥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진통제도 듣지 않았다. 마약패치까지 처방받아야 했다.
정씨는 "쇠창살로 뼈를 깎는 것 같은 고통,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얼굴은 붓고 고통으로 잠도 잘 수 없어 차라리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B원장은 3월26일에서야 "A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게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했다. 최초 통증이 시작된 지 8일째였다.
정씨는 27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동해 MRI부터 다시 검사받았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남대병원 소견은 '감염돼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목 디스크 뼈까지 감염돼 전부 긁어내고 골반 뼈를 잘라 뼈 이식 수술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했죠. 시간이 더 경과됐으면 목 전체로 감염돼 폐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들었어요."
재수술은 곧바로 이뤄졌다. 29일 4~5시간에 걸쳐 응급수술을 했다. 감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조직검사도 했다.
정씨는 "조직 검사 결과 환자 몸에서 감염된 것은 아니고 시술에 의한 감염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소견을 내놨다"며 "골수까지 감염돼 총 6주간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대병원에서 14일간 입원하며 하루 2~3회 강한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대학병원은 2주 이상 입원할 수 없어 처방전을 받아 다시 A병원으로 옮겨 4월10일부터 한 달간 입원하고 5월10일 퇴원했다.
치료비는 처음 A병원에서 시술하고 8일간 입원한 비용 350만원, 전남대병원 입원 재수술비 650만원, 다시 A병원에서 입원비와 항생제 치료비 170만원, MRI 비용 50만원 등 1200여만원이 나왔다.
퇴원하던 날 정씨는 B원장을 만나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의료과실이 아닌지 따졌다고 한다.
정씨는 "B원장은 본인은 '의사로 의료행위만 매진할 뿐이고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는 원무과에서 처리한다, 원무과에 얘기하라'고 했다"며 "하루이틀 입원하면 될 걸 두 달 입원하며 생사를 헤맸는데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원무부장은 '대학병원 재수술 후 재입원한 입원비 170만원은 도의적인 차원에서 받지 않겠다, 억울하면 제3기관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다"며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화가 난 정씨는 퇴원 후 A병원에 시술비와 입원비 등 병원비 총 1200만원에 위자료 등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정상적인 치료를 했고 어디서 감염된 것인지 알 수 없으며 억울하면 제3기관을 통해 해결하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
정씨는 "제3기관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재판을 통해 처리하라는 의미인데 힘없는 개인은 의료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도 어렵고 1000만원 이상을 들여 변호사를 사는 게 쉽겠느냐"며 "최소한 환자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말 한마디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같은 '억울함'을 담아 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사연을 올렸다. 페이스북에는 아들 정모씨(24)의 아이디로 올렸다. 병원측에선 아들과 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병원 측 관계자는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은 도의적으로 다 한다. 왜 안했겠느냐"며 "환자분이 적당하게 어느 선을 얘기해야 하는데 너무 과하게 보상액을 요구하면서 감정싸움이 돼 버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씨의 염증과 관련해 책임 회피를 하려는 게 아니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해 진행중"이라며 "배상 책임도 들어있으니 중재원에서 감정서가 나오면 그걸 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