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은 뒤 발견된 상속 유언.. 남편 '멘붕'

입력 2019.09.29 10:59수정 2019.09.29 12:52
남편 "제정신 아닌 상태서 작성해 무효"
아내 죽은 뒤 발견된 상속 유언.. 남편 '멘붕'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뉴스] “내가 죽으면 김포시 OO아파트를 조카(A씨의 딸)에게 증여하고, 나머지 부동산과 내 명의로 된 보험금은 시청 사회복지과에 증여한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동생 B씨를 떠나보낸 다음날 동생의 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필유언장을 발견했다. B씨의 남편 C씨는 자신의 몫이 쏙 빠진 아내의 유언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편 "정신질환 앓아" 유언 불인정
이에 A씨와 C씨 등 유족들은 유언에 대한 사실 유무를 알아보고, 상속 분배를 결정짓기 위해 법원에서 유언검인을 받았다. C씨는 유언검인 기일에서 ‘아내가 온전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했다’며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C씨가 이의를 제기면서 유언집행은 미뤄졌고, A씨는 결국 C씨를 상대로 유언효력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C씨는 아내가 생전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아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수증자로 기재된 시청 사회복지과는 권리능력이 없고, 유언장에 목적물이 특정되지 않아 모두 무효라고 부연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조카에게 아파트를 유증한다’는 유언만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B씨가 소유한 김포시 아파트는 한 채 뿐이었으므로 유증 대상이 특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C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씨가 유언장 작성 당시 정신과적 질환으로 의사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유언장에 아파트의 정확한 지번·면적 등에 관한 기재는 없으나 조카에게 아파트를 주겠다고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청 사회복지과에 대한 유증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시청)는 민법상 권리능력을 가지나 사회복지과는 지방자치단체 하부조직에 불과하다”며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볼 수 없어 수증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효 판단했다.

■法 "조카 아파트 상속만 인정"
C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2심에서 B씨가 조카에게 물려주기로 한 아파트는 자신의 돈으로 취득해 A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므로 유언 효력이 없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서울고법 민사15부(이동근 부장판사)는 “C씨가 자신의 소유인 아파트를 배우자인 B씨에게 명의신탁 했더라도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있는 것으로 취급되는 이상, 수탁자인 B씨의 유증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C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명의신탁 여부에 대해서도 “단순히 배우자가 그 부동산 매수자금의 출처라는 사정만으로 무조건 특유재산의 추정을 번복하고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볼 것이 아니”라며 “B씨가 2011년 OO아파트를 분양받았고, C씨가 분양대금 중 일부를 조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점만으론 B씨의 특유재산이라는 추정을 번복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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