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뉴스1) 박영래 기자 = 전남 영광 한빛원전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구멍)이 무려 278개에 달하면서 그 원인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빛 3호기 124개·4호기 121개 집중 발생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받은 '원전 격납건물 공극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격납건물 공극이 295개에 달했다.
격납건물은 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벽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원전 8곳에서 245개 공극이 발견됐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를 통해 50개의 공극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 가운데 94%가 영광 한빛원전에서 발견됐다. 한빛원전은 1호기 14개, 2호기 18개, 3호기 124개, 4호기 121개, 6호기 1개 등 총 278개의 공극이 발견됐다.
◇공극 발생 원인은 콘크리트 다짐 불량
이처럼 한빛원전 3호기와 4호기의 격납건물에서 다수의 공극이 발견된 것은 시공 당시 부실공사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공극 발생 원인이 건설 당시 콘크리트 다짐 불량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7월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에서 깊이 157㎝의 대형 공극이 발견된 한빛원전 4호기는 대표적인 부실시공 사례로 꼽힌다.
대형 공극이 발견된 부분의 콘크리트 벽 두께가 167.6㎝인 점을 감안했을 때 공극이 가장 깊은 부분은 약 10㎝정도의 두께만 남고 내부가 비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989~1995년에 건설된 4호기 격납건물은 당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상업운전은 1996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은 "23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던 심각한 부실공사 흔적이 이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현재 한빛원전 6호기 가운데 1호기와 3호기, 4호기는 계획예방정비가 진행되면서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원전 불안감 확대…시민단체 "원전 폐쇄"
수백개 대형 공극이 확인되면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당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폐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공동행동은 "168㎝ 두께의 벽에서 깊이 157㎝의 구멍이 발견됐는데 과연 이것을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안전의 초전선에 있어도 부족한 핵발전 시설이 단순 그물수준을 넘어 찢어진 그물과 다를 바가 없이 구멍이 숭숭 뚫린 건물"이라고 꼬집었다.
공동행동은 "4호기 재정비를 멈추고 당장 폐쇄해야 한다"며 "폐쇄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빛원자력본부는 공극에 대한 구조물 건전성평가와 완벽한 정비를 통해 원전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점검 진행사항과 정비결과를 지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원전 안전운영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박응섭 한빛원전 민간환경감시센터장은 "많은 공극이 원전의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구조안전성 평가를 최종적으로 진행한 뒤 폐쇄여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