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고용한 프락치 "민간인 5년간 사찰했다"

입력 2019.09.24 15:59수정 2019.09.24 16:35
문재인정권 들어서도 프락치 활동 계속 했다
국정원이 고용한 프락치 "민간인 5년간 사찰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민숙 진상조사팀장(가운데)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국정원이 고용한 프락치 "민간인 5년간 사찰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제보자가 발언을 마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국정원이 프락치를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실제 프락치로 활동했던 제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프락치 공작은 이어졌다며 진상조사와 재발방치 대책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국감넷)와 '국가정보원 프락치 공작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4년 10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5년 동안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제보자 A씨를 프락치로 이용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벌여왔다.

이를 위해 국정원은 A씨에게 가방에 든 녹음기와 '하이큐'라는 어플을 설치한 갤럭시 탭을 제공해 5년간 모든 모임과 뒤풀이, 개인적인 대화를 전부 녹음해 국정원에 제공하도록 했다.

또 국정원은 A씨가 녹음파일을 건네줄 때마다 진술서도 작성하도록 했는데, 대부분 국정원이 미리 메모해 온 대로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은 "너와 나 둘이서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비밀"이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이러한 프락치 활동의 대가로 한달에 200만원의 금액을 지급했다. 허위진술서를 작성할 때는 50만~8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진술서를 작성하거나 사찰 대상자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A씨를 미리 불러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성매매를 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마스크를 쓰고 직접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A씨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왔을 때 제 역할도 끝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도 실상 프락치 활동은 계속됐다고 언급했다. 또 제보를 하기 직전인 최근에도 국정원에서 지시가 계속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제적 관계가 이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녹음기를 들고 동료를 만나러 갔다"며 "5년 동안 일을 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매일 무서웠다. 다시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감넷과 대책위는 "제보자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국정원 '프락치' 공작 사건의 실상은 한 마디로 충격"이라며 "특히 사전 각본에 따른 허위 진술서 작성 수법은 도저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상조사를 진행하며 제보자와 같은 '프락치'가 더 존재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며 "국정원의 '노예'가 되어 지금도 두려움과 가책 속에 살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프락치'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도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법 전면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도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감넷과 대책위는 기자회견 이후 국정원 관련자들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 특가법상 국고손실 죄 혐의로 고발하고, 국회에도 국정원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