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외국인들에게 채식과 프로바이오틱스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김치'와 '사찰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커가고 있다.
유럽권 중 김치 문화에 수요가 높은 영국에서 우리 김치를 선보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 12일과 14일 이틀간 영국 런던에서 '한국의 채식, 김치와 발효음식'이란 주제로 김치 전시 및 시식회를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치는 한국 채식 문화의 다양성을 담고 있으며, 사찰음식은 심신 수행을 위해 가장 엄격한 단계인 비건(채식주의자 vegan) 음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찰 김치'는 영국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2일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열린 김치 전시 및 시식회는 하재호 세계김치연구소 소장과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의 총책임자를 지낸 사찰김치 전문가 대안스님이 참석하고 박은하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 리차드 버즈 런던시 대외관계 고위 자문관, 조지 홀링베리 영국 국제통상부 통상정책 국무상, 로빈 리블렛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소장 등 영국 내 영향력 있는 정부, 문화계 고위층 주요 인사가 함께했다.
이번에 선보인 김치는 세계김치연구소가 스님이 직접 김치를 담그는 국내 사찰들을 대상으로 계절별 김장 현황, 사용 재료, 조리 및 저장 방법 등 사찰김치가 갖는 특징에 대해 조사·연구한 결과를 반영해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한, 소개된 김치 종류는 배추김치, 통배백김치, 갓김치, 긴오이김치, 총각무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깻잎김치 등 총 11가지이다. 이밖에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 간장, 고추장을 비롯해 장류를 이용한 음식인 장아찌와 나물무침도 선보였다. 시식 행사에서는 채식 배추김치와 기존에 젓갈을 넣고 만든 일반 배추김치의 맛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김치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14일 킹스턴시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열린 김치 행사에는 한국 교민들과 킹스턴 시민들이 함께 모여 김장문화를 매개로 서로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전시는 물론 시식, 김치 조리 시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재호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행사는 한국 교민들과 현지인들이 함께 김치와 음식을 나누며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김장문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사찰 김치는 수행을 위해 엄격한 채식 식단을 고수하는 스님들이 먹는 것으로 최근 채식 위주 식단을 추구하는 영국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을 위한 시식으로 채식 배추김치와 양배추김치, 채식김치전, 김치 부르스케타(구운 빵 위에 다진 김치를 올려 발사믹 소스와 파마산 치즈를 곁들인 음식)를 선보였다. 채식 김치와 김치 응용요리를 맛 본 영국인들은 한국의 김치가 채식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보였으며, 이날 참석한 외국관광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문화 확산과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영국 킹스턴시에서 활동하는 민간단체인 KBCE(Korean British Cultural Exchange)와 15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김치 문화의 자생적 확산과 기록을 위한 '김장 프로젝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동 연구 개발, 학술정보 교류 및 기술개발 자문, 홍보활동을 함께 하기로 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이번 행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영국 내 김치문화 확산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추후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문화권별 적용 가능한 전략을 수립해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도 김치문화 확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