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에이, 저건 나경원이가 해야지"
17일 서울 여의도 모처의 한 식당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식 뉴스를 보던 한 시민의 말이다. 제1야당 대표의 삭발에 정치권의 눈은 여성 의원이자 한국당의 원내대표인 나경원에게로 향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지난 10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이 릴레이로 이어질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야권의 반발이 컸지만, 무소속의 이 의원 삭발을 한국당 등 야권이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면서도 남성 정치인의 투쟁 수단이었던 삭발을 여성 의원이 감행했다는 충격에 파장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의원의 삭발은 11일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이어받았다. 만 70세 여성 의원의 삭발로 릴레이의 공은 한국당 몫이 됐다.
조국 사퇴 촉구 삭발 릴레이는 황 대표의 삭발 감행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오늘 제1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제1야당 대표의 최초 삭발에 한국당 인사들은 삭발릴레이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7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퇴진, 조국 감옥'을 주장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의원도 같은 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대구에서 삭발에 동참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삭발 릴레이에 나 원내대표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표의 삭발을 "잠시의 일탈"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그럼 나경원은?"이라고 반문했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도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조국을 공격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검색어에 '나경원 딸' '나경원 사학'이 오르는 등 흠이 많았다"며 "그럴 경우 차라리 용감하게 사퇴하거나, '내가 있어 조국을 못 막았다. 죄송하다'라며 본인이 삭발하는 결기를 보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 본인은 삭발 요구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여성 의원이자 제1야당 원내대표의 삭발은 황 대표의 삭발만큼이나 파급력이 크긴 하지만, 자신에 대한 삭발 요구가 이를 희화화하기 위한 측의 요구라는 측면도 있는 만큼 쉽사리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삭발이 강력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일단은 아껴두겠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17일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삭발 압박'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물어보고, 반대도 하신다"며 "이번 삭발 투쟁은 당 대표님의 삭발 투쟁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투쟁하는데 주저하는 의미가 아니라 투쟁이 갖고 있는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