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1) 김아영 기자 =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숨진채 발견됐다.
어머니 A씨(62)는 오래 전부터 남편과 별거 상태로 숨진 차남과 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과 큰아들은 평소에도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직업이 없어 남편이 매달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잠금장치 3개는 모두 잠겨있었고, 현관문 틈새부터 열쇠구멍까지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덕택에 외부 공기 유입이 차단돼 이들 모자가 살던 아파트 내부만 태웠을 뿐 큰 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른 새벽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생한 화재로 수십명의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코드는 뽑혀 있었다. 냉장고 주변엔 인화성 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가스 밸브 고무가 잘려져 가스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CCTV 분석 결과 아들 B씨가 지난 10일 오후 6시 16분께 귀가할 당시 플라스틱 통을 들고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 A씨가 집에 들어간 시간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B씨가 귀가한 이후 방문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1일 진행한 1차 현장감식에서 화재로 집이 전소돼 유서나 휴대전화 등을 발견하지 못함에 따라 현장 정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침입의 흔적이 없고, 모자의 시신에 특별한 외상이 없어 강력범죄 가능성은 낮다"며 "숨진 모자 중 누군가가 불을 붙였을 가능성이 높고, 동반 극단적 선택인지 타살 후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5시 22분께 천안시 쌍용동의 한 아파트 5층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불은 "'펑' 터지는 폭발음이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인근 주민들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날에도 이들 모자가 심하게 다퉜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2~3개월 전에 한달 간 낮밤 가릴 것없이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며 "평소에 왕래가 없어 아들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관리비 등이 미납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중인 천안 서북경찰서는 이들 모자가 화재로 숨졌는지, 아니면 불이 나기 전에 숨졌는지 등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