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찾은 조국의 어두운 안색.. 무표정으로 정면 주시하더니

입력 2019.09.09 16:29수정 2019.09.09 16:42
긴장한 듯 머리 쓸어올리면서 땀 닦더니..
靑 찾은 조국의 어두운 안색.. 무표정으로 정면 주시하더니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2019.9.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옛 청와대 식구들을 만났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은 마음이 무거운 듯 굳은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여하는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조 장관의 안색은 내내 어두웠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1시36분쯤 문 대통령의 임명장을 함께 수여받을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공직자들과 청와대 본관 충무실로 들어섰다.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입성한 이후 2년 넘게 수없이 드나들었던 장소인데도 이날은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어색해 보였다.

조 장관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자리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그간의 임명장 수여식은 임명장을 받는 인사의 배우자나 가족이 함께 했다.

사정상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의 경우엔 배우자 등이 함께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팔짱을 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띠었다. 그러나 이날 임명장 수여식은 배우자 등 가족 참석없이 진행됐다.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6일 검찰에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됐다. 조성욱 위원장은 미혼이기도 하다.

충무실에서 임명장 수여식 예행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조 장관은 앉은 자리에서 양손을 다리 위에 올려놓고 무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했다. 긴장한 듯 머리를 쓸어올리며 땀을 닦기도 했다.

예행연습 후 참석자들은 본식이 진행되기 전 충무실로 통하는 방인 충무전실로 이동해 차를 마시며 대기했다. 조 장관에게 먼저 다가온 사람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먼저 충무전실에 있었던 정 실장은 조 장관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조 장관은 한 손을 내리며 허리를 굽히고 말없이 악수를 받았다.

이후로 '릴레이 격려 악수'가 이어졌다. 조 장관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강기정 정무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 등과 악수를 나눴다.

김연명 사회수석과 주형철 경제보좌관도 조 장관을 반겼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조 장관에게 말을 걸었다. 조 장관은 2017년 5월부터 2년2개월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다.

오후 1시52분께 조 장관을 비롯한 총 7명의 신임 공직자들은 다시 식이 열리는 충무실로 향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신임 장관 및 장관급 인사들에게 악수를 건넸고 조 장관과도 악수했다. 조 장관은 노 실장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1시57분에는 푸른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이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비롯한 신임 장관 및 장관급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조 장관과도 다른 인사들과 별다를 것없이 악수했다. 곧바로 개별 임명장 수여식, 기념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웃음기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사실상의 대국민메시지를 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은 최초로 생중계가 됐던 터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온전히 조 장관에게 초점이 맞춰진 듯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된 총 7명의 공직자들 중 단 1명(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만이 국회로부터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받았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인사청문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고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조 장관의 경우 의혹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며 "그러나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사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는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내내 굳은 얼굴로 약 7분간의 메시지 발표를 끝낸 문 대통령은 연단에서 목례를 한 뒤, 공직자들과 환담이 예정돼 있는 인왕실로 앞서 걸었다. 조 장관을 비롯한 7명의 인사들도 문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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