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천원 '콜라텍'의 정체, 들어가보니

입력 2019.08.31 09:59수정 2019.08.31 14:19
노인들을 위한 천국이었다
[편집자 주] '노인情'은 지금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입장료 천원 '콜라텍'의 정체, 들어가보니
서울 종로구 한 콜라텍. 노인들이 짝을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빌딩. 9층으로 향하는 콜라텍 전용 엘리베이터 앞엔 상기된 표정의 노인들이 줄을 지었다.

선글라스와 중절모는 기본, 꽃무늬 셔츠에 백구두를 신은 한 노인은 9층에서부터 희미하게 들리는 트로트 가락을 흥얼거렸다.

"빠바밤빠 빠바바바밤빠♬"

엘리베이터는 만원으로 붐볐다. 6층, 7층, 8층… 9층에 가까워질수록 구성진 음악은 선명해졌다.

띵동. 문이 열리자 화려한 조명이 노인들의 얼굴을 밝혔다. 의자에 앉아 '클럽용' 구두로 신을 갈아 신는 여성도 보였다.

입장료 1000원에 짐 보관료는 500원. 여느 클럽 못지않게 뜨거운 노인들의 메카. 성인 콜라텍의 오후 2시 풍경이다.

입장료 천원 '콜라텍'의 정체, 들어가보니
콜라텍 벽면에는 라커룸 신청 안내문과 댄스강습소 포스터 등이 붙어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 하루 1000명 모여들어 '리듬짝'…부킹 도우미에 댄스강습까지


약 700평 규모의 A콜라텍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손님이 모여든다. 평균 연령대는 70~80대로, 오후 2시가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다.

'개인 옷장 필요하신 분 문의하세요. 월 2만원입니다'. 라커룸에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짐 보관료는 하루 500원이지만 월정액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단골이 많다는 것이다.

무대에선 DJ가 쉴 새 없이 곡을 고른다. 흥이 오른 노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스텝을 밟는다. "같이 춤을 추자"고 구애하는 남성과 "일없다"며 거절하는 여성, 홍대 클럽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스캔'하는 노인과 커플경쟁에 탈락한 노인은 홀 가장자리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있다. "왜 춤추지 않고 앉아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노인은 "오늘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탁 쏴붙였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없어서든, 거절당해서든 커플경쟁을 망설이는 노인들을 위해 홀에는 '부킹 도우미'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A콜라텍에 부킹 도우미는 4명. 이들은 하루 수십 명의 만남을 주선한다.

외모와 옷스타일, 연령대가 부킹의 기준이 된다. 춤을 잘 추면 금상첨화다. 언뜻 보면 다 같은 춤 같이 보이지만 실은 '잔발', '일자', '난스텝', '리듬짝' 등 다양한 춤사위가 존재한다.

춤을 잘 추면 인기가 많기 때문에 콜라텍 벽면에는 '사교댄스 강습' 포스터가 붙어있다. 강습소에서 약 20~3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춤 연습에 몰두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콜라텍 관계자는 "만나고 다투고 이별하고 이 공간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난다"며 "외로운 노인들이 단 돈 천원으로 춤을 추고 친구를 만나며 인생을 즐긴다. 집에 홀로 앉아 TV만 보는 것보다 사람 사는 것 같고 좋지 않나"라고 웃었다.

입장료 천원 '콜라텍'의 정체, 들어가보니
콜라텍 한 편에 마련된 식당에서 노인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 "마음만은 청춘" 막걸리 한 사발 쿨하게


콜라텍 한 편에는 식당이 마련돼있다. 춤을 추며 친밀감을 높인 노인들은 이곳에서 값싼 안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마음을 확인한다.

오붓하게 손을 잡은 커플이 있는가 하면, 2대2로 왁자지껄 잔을 비우는 무리도 있다. 분위기는 대부분 화기애애하다.

A콜라텍의 마감시간은 6시지만 일찌감치 짝을 찾은 노인들은 3시가 되기 전에 콜라텍을 나선다. 2차 목적지는 인근 카페나 노래방, 영화관, 모텔 등 다양하다.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강모(74)씨는 이곳에서 두 달 전에 만났다는 여성과 팔짱을 낀 채 콜라텍을 나왔다. 그는 "일주일에 두 세번씩 콜라텍에 와서 춤을 추고 데이트를 한다"며 "우리도 마음만은 청춘이다. 나이 들었다고 연애 안 하고 싶겠나"라고 되물었다.


젊은 세대 못지 않게 '쿨'한 만남도 이어진다. 골뱅이소면을 두고 두 남성과 막걸리를 마시던 송모(70)씨는 이곳에서 이성을 만나도 연락처는 주고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씨가 "굳이 여러번 만날 이유 있나. 춤추고 커피나 마시다 헤어지면 딱 좋다"고 말하자, 동석하던 박모(73)씨는 머쓱한 듯 "아이고 춥네. 추워"라며 농을 쳤다.

#노인 #콜라텍 #댄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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