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110만개가 팔린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119가습기살균제’가 흡입 시 건강에 피해가 간다는 환경부 실험 결과가 최초로 공개됐다. 또 LG는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LG의 가습기살균제는 옥시와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이어 3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7에 이어 28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특조위가 공개한 2019년 환경부 용역 보고서에 의하면 LG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BKC는 흡입독성시험 결과 흡입시 호흡기 계통(비강, 후두, 폐 등) 건강피해가 발생 가능하다는 결과가 공개됐다.
이에 대해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 개발팀 직원은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했던 법적 근거가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LG는 자사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서 독성이 없음을 최근까지도 주장했었다. 특조위에 따르면 2017년 LG생활건강은 가습기피해자들의 모임에 'BKC와 Tego51에 대해 독성실험을 했고 안전하다'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해당 자료는 유럽화학물질청에 등록된 경구독성 BKC자료를 근거로 안정성을 평가했다"며 호흡기와 관련있는 자료가 아님에도 안전하다는 식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흡입독성(실험)을 안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당시 안전테스트를 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를 단독 사용해 관련 질환이 생긴 피해자로 공식 집계된 인원은 2명 뿐이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부위원장은 "최근 특조위에서 부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LG의 가습기살균제를 쓴 사람들을 조사했고 20명의 사용자가 나왔다"며 "이 중에서는 사망(으로 추론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LG 생활건강측은 배보상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판단하고 결론내린 근거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자사의 제품으로 인해 건강 상 이상이 생긴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고 조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청문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에 관여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대표급인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참석해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옥시RB와 LG생활건강을 대상으로 여는 청문회에서는 박동석 옥시RB 대표이사, 곽창헌 옥시RB 대외협력전무,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등이 참석했다.
오후에는 환경부와 국방부에게 가습기살균제 관련 관리의 문제점을 주로 물어보며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국방부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