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총 106억원에 달하는 가족재산을 신고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처가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 딸이 연루된 교수 부정 채용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경인여자대학교의 김길자 전 총장 부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중 절반이 부인이 부모로부터 증여받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다.
19일 <뉴스1> 취재 결과, 최기영 후보자의 장모는 대학 운영비 횡령과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길자 전 경인여대 총장이다.
경인여대는 지난 2018년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대학발전기금 기부를 강요하거나 성과급을 과도하게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등의 비위 사실이 적발된 학교다. 당시 조사에서 법인 및 교비 회계 부정집행액은 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길자 전 총장은 지난 2016년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딸 A씨가 경인여대 교수로 채용되는 과정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총장은 아동보육 전임교원 채용과정에 '교육학'을 추가하고 예정에 없던 '심리상담 전공자' 우대 항목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시 유아보육과 시간강사였던 A씨에게 유리한 '맞춤형 공고'로 김 전 총장이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에 송치됐고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달 19일 김 전 총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은 혐의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최기영 후보자의 장인은 1960년대 백일산업과 1970년대 태양철관공업 등을 세운 기업인 백창기씨로 1992년 200억원의 자산을 출연해 경인여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태양학원을 설립해 이사장직을 지냈다.
백 전 이사장은 순탄했던 사업과 달리 대학 경영에는 ‘난관’이 많았다. 2000년에는 경인여대 교직원들이 퇴진요구 시위를 벌인 학내 분규로 재단에서 물러났다.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2008년이 되서야 다시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대법관이 김황식 전 총리다. 이후 10년 만에 김황식 전 총리의 딸이 경인여대로 채용되는 ‘인연’이 이어진 셈이다.
경인여대는 2016년 학내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신 석상을 세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길자 당시 총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민간단체 ‘대한민국사랑회’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던 당시 김길자 총장이 설치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동원하고 석상 건립 시 학생회비 1000만원 기부를 강요했고 학생들에게 기독교 세례를 강요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했다. 결국 ‘이승만 석상’은 1년5개월만인 지난해 8월 철거됐다.
설립자인 백창기 이사장과 김길자 총장 부부는 태양학원 관련 현직에서는 모두 물러난 상태로 현재는 오인탁 이사장, 류화선 총장 체제다.
최기영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중 절반은 부인 명의의 부동산이다.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모친, 자녀 등의 재산을 모두 합쳐 총 106억471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최 후보자의 재산은 지난 8월9일 개각에서 지명된 장관급 후보자 7명 중 가장 많다. 역대 과기정통부 장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재산신고 내용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서울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단지 내 149㎡(45평)형 아파트 두 채를 보유했다. 여기에 부인 명의로 보유한 50억원 규모의 경기도 부천 공장 부지·건물과 함께 3억원 상당의 서울 동교동 상가 등도 보유하고 있다.
백 전 이사장은 대일 무역과 철관 제조업 등의 사업 성공과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1970년대부터 많은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후보자의 가족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