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맹산', '옥포해전'... 다시 떠오르는 '이순신 신드롬'

"저도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 옛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5년 전 오늘인 2014년 8월 10일, 영화 ‘명량’이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한국 영화 사상 최단 기간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기록이다. 최종적으로 명량은 약 1760만명의 관객이 찾으며 한국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명량의 ‘이순신 신드롬’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후 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이순신 장군을 찾고 있다.

■ 총성없는 한일 무역전쟁에 다시 언급되는 이순신 장군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시작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품목 제한 조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며 점점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국민들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조직했다. 그 결과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매출은 26%가량 급락했으며 일본 자동차 판매고 역시 전월 대비 32.2% 가량 축소됐다.

이처럼 한일 갈등이 이어지자 정치권은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언급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문재인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서해맹산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서 읊은 시 구절인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을 인용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순신 정신, 의병과 독립군 경험 등이 한국인의 DNA 속에 녹아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일 한 중소기업을 찾아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가장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와 도공이었다”라며 임진왜란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저도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저도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라며 “옛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 영상∙책 등 문화 콘텐츠 분야서도 이순신 장군 다룬 콘텐츠 늘어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이나 출판업게와 같은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다룬 콘텐츠는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유튜브 채널 '봉쥬르헬로'에는 프랑스 청년 ‘마크’가 거제도의 옥포대첩 기념공원을 다녀온 영상이 게시됐다. 지난 7일 게시된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1만회를 훌쩍 넘었다.

그는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등으로 한국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역사를 보면 한국이 일본에 공격을 당한 적은 있지만 굴복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이순신 장군이 지키고자 했던 거제 바다에서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나가는 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순신 장군이 진정 지키려 했던 것은 이 배들이 아니였겠느냐”는 내용이 담겼다.

도서 베스트 셀러 목록에도 ‘역사의 쓸모’(최태성 저, 2019) 등 역사 관련 도서들이 이름을 올렸다.

최태성 작가는 책을 통해 “이육사와 이순신,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단어는 ‘오히려’”라며 “이육사는 일제강점기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이순신은 누구나 싸움을 포기했을 상황에서 ‘오히려’ 해볼 만하다며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

■ 제장명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장 “이순신 장군에 대한 국민적 그리움 존재”


제장명 이순신연구소장은 지난 2014년 영화 ‘명량’의 흥행 이유에 대해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도 주요 흥행 요소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일본은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자동 개입하겠다’고 주장했다”며 “국민들이 느낀 응분을 영화 속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것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기에 국민들이 극장을 찾은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이순신 장군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지닌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 소장은 “현재 일본이 힘의 논리를 통해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에는 여러 방면으로 우리나라가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과거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물리친 역사적 사례가 있기에 이순신 장군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국민들 마음 기저에는 이순신 장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며 “이순신이라는 이름만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응집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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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