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여자친구의 얼굴을 손으로 여러 번 때려 크게 다치게 한 30대 남성이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이뤄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39)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1월2일 오전 경기 부천시에 있는 여자친구 A씨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상가매매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A씨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얼굴을 손으로 힘껏 수회 가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의 폭행으로 A씨는 광대뼈, 코뼈, 턱뼈 등 얼굴뼈 대부분이 골절되고 뇌출혈이 발생해 의식을 잃는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1심은 "정씨가 범행 뒤 좀 더 빨리 신고했다면 A씨의 뇌손상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정씨는 A씨의 피가 묻은 이불과 옷가지를 세탁하고 허위신고도 했다"며 "피해복구를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았고 A씨의 가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정씨의 범행으로 A씨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범행의 잔혹성을 지적했다. 폭력 관련 범죄로 2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
재판부는 "야간에 연약한 여자친구에게 매우 심한 상해를 가했고 A씨가 느낀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극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A씨의 증세가 다소 호전됐지만 양측 전두엽 손상으로 인해 인지능력과 사고수준의 저하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씨가 주장한 '과잉방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과잉방위란 정당방위의 정도를 넘어선 방위 행위로 위법한 행위지만, 정황에 따라 형이 경감되거나 면제될 수 있다.
재판부는 "비록 다툼 과정에서 A씨가 칼을 들기는 했지만, 정씨를 위협하려 한 것이 아니었고 정씨에 의해 칼이 치워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심에 이르러 정씨는 A씨 측에 합의금 5000만원과 출소 3개월 뒤부터 A씨가 사회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매월 150만원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A씨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씨가 2심에서 일부 법률적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