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상 세계에 처음 알린 페기 빌링스 선교사 별세

입력 2019.08.01 14:31수정 2019.08.01 15:12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도 지속
5·18 참상 세계에 처음 알린 페기 빌링스 선교사 별세
5·18민주화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페기 빌링스(Peggy Billings, 한국이름 변영숙) 선교사.(5·18기념재단제공)2019.8.1 /뉴스1 © News1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페기 빌링스(Peggy Billings, 한국이름 변영숙) 선교사가 별세했다.

1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빌링스 선교사의 장례예배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맨해튼에서 열렸다.

빌링스 선교사는 1980년 당시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마지막 진압작전이 펼쳐진 이틀 뒤인 5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5·18 진상보고회를 열었다.

당시 진상보고회와 함께 5·18 추모 예배가 열려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한 예배도 진행됐다.

5·18 진상보고회는 당시 신군부가 광주의 참상을 묵인하고 언론을 통제한 상황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에 최초로 5·18의 참상을 알리게 된 첫 사건이었다.

그는 6·25전쟁 당시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휴전 직후 태화복지관장을 맡아 전쟁 고아와 빈민층을 위해 일한 그는 야학을 운영하고 전쟁 중 남편을 잃고 일터로 나선 여성들을 위한 직업상담소도 열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는 15년간 북미한국인권연합을 이끌며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인권상황을 미국과 캐나다에 꾸준히 알렸다. 그가 북미한국인권연합과 함께 5월의 참상을 최초로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이유다.

빌링스 선교사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은 충격적인 5·18의 참상을 알게 됐고, 수많은 이들이 광주에서 일어난 국가폭력 사태와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다.


빌링스 선교사는 북미한국인권연맹이 주최한 예배 후에도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빌링스 선교사와 북미한국인권연맹 활동가들은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인 윤한봉이 미국으로 밀항을 했을 때 도피생활과 귀국을 지원하기도 했다.

5·18기념재단은 "한국 5·18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 통일운동에 헌신한 빌링스 선교사의 영면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주님의 위로와 소망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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