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수몰사고' 미얀마 노동자, 아픈 가족 위해 일했는데..

입력 2019.08.01 11:35수정 2019.08.01 15:42
"조금의 용돈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족들에게 보내줬다"
'목동 수몰사고' 미얀마 노동자, 아픈 가족 위해 일했는데..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폭우 고립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2분과 47분쯤 지하 배수터널에서 전날 실종됐던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의 M씨(23)와 현대건설 소속 직원 안 모씨(29)의 시신을 차례로 발견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31일 내린 폭우로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수몰됐던 현장 점검 작업자 3명이 모두 숨졌다. 2019.8.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서 두 눈이 다 잘 안 보인다. 월급 250만원 정도를 받으면 용돈 조금을 제외하고 꼬박꼬박 집으로 보내던 친구였다."

지난 31일 오전 서울 목동에 위치한 신월 빗물펌프장 내 지하 배수터널에 투입된 인부 3명이 갑작스러운 폭우로 쏟아진 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3명 중 한 명은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의 M씨(23)로, 아픈 가족을 위해 한국에 와서 일을 하던 젊은 노동자였다.

1일 오전 M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M씨의 직장 동료 쏘맹언(32)은 "키는 많이 작지만 마음이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며 "너무 착잡하다"고 한탄했다. 쏘맹언씨는 현대건설의 협력업체인 한유건설에서 M씨와 3개월가량 함께 일하며 친해진 동료다.

쏘맹언에 따르면 M씨는 지난 2017년 5월 3년짜리 외국인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왔다. M씨는 7명의 형제자매 중 다섯째로, 한국에 홀로 들어와 돈을 벌어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쏘맹언은 "한 달에 250만원 정도를 벌었다"며 "조금의 용돈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족들에게 보내줬다"고 기억했다.

M씨는 홀로 한국에 들어와 실질적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얀마 대사관에서 통역을 돕기 위해 나온 우아인은 "M씨의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아 두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7명의 형제 중 큰 형은 이미 숨졌다"고 설명했다. 또 M씨는 미얀마에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M씨가 소속된 한유건설과 원청업체인 현대건설은 M씨의 가족과 시신 처리를 놓고 협의 중에 있다. 다만 우아인은 "M씨의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고, 어머니는 외국에 나가길 두려워하는 상황이라 가족들이 한국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2분과 47분쯤 지하 배수터널에서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의 M씨(23)와 현대건설 소속 직원 안모씨(29)의 시신이 차례로 발견됐다. 이들은 이대목동병원 안치실에 옮겨진 상태다.


현대건설과 한유건설 측은 안씨와 M씨의 유족들과 장례절차를 합의하고 있다. 전날 먼저 발견됐지만 끝내 숨진 구모씨(65)와 M씨는 한유건설 소속이지만 장례 절차 합의는 현대건설이 원청으로서 주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청업체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장례 절차나 향후 상황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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