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된다면.. 청와대가 준비하는 메시지 '주목'

입력 2019.08.01 09:02수정 2019.08.01 09:31
본격적인 한일 경제전쟁 들어갈 전망 ㅎㄷㄷ
화이트리스트 제외된다면.. 청와대가 준비하는 메시지 '주목'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화이트리스트 제외된다면.. 청와대가 준비하는 메시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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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일본 정부가 2일 정례 각의(우리나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대응과 메시지 수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일부개정안을 각의에서 통과시키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한일 경제전쟁에 들어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대응방안 발표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8월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일(對日) 메시지를 밝힐 예정이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2일 결정된다면 즉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일본 조치의 파장을 고려할 때 가장 강력한 수위의 방식으로는 대국민담화 발표가 꼽힌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2017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해 9월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대국민보고, 지난 5월10일 취임 2주년 생방송 대담을 통해 공개 메시지를 냈지만 대국민담화는 없었다.

대국민담화는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집중도와 전달력이 크다.

여기에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라는 점에서 일본의 부당한 규제 조치에 대해 엄중함을 세계에 알릴 수 있고, 대국민담화에 대해 일본에서도 뚜렷한 입장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파급력은 상당하다.

◇2005년 한일 갈등, NSC 상임위 성명→대통령 '국민에게 드리는 글'→특별담화

메시지 형식과 수위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서의 대응이 선례가 될 수 있다.

2005년 3월16일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2월22일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로 제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하면서 우리나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상임위 명의로 '대일 성명'을 발표했다. NSC는 한일관계의 기조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혀 '신(新) 대일 독트린'으로 불렸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변화를 보이지 않자 노 대통령은 3월23일 '한·일관계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글로 쓴 대국민담화로, 노 대통령은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니다"라며 "비장한 각오로 임하되 체력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끈기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드리는 글'은 노 대통령이 4~5일 전부터 작성하기 시작해 발표하기 직전에 마무리했다고 알려져 있다. 참모들의 의견을 구했지만 대부분 노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한다. 당시 일본에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전례없는 초강경 어조로 대일 비판을 내놓자 당혹하는 모습을 보였다.

1년여 후 노 대통령은 글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직접 메시지를 발표했다.

2006년 4월 일본이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수로 탐사를 추진하자 노 대통령은 4월25일, '특별담화' 형식으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고 이는 전국에 생중계됐다.

단호한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땅입니다"로 시작해 8분가량 이어지는 이 담화문은 현재까지 '명연설'로 회자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靑, 2일 日 각의 주목…한일외교장관회의 등 여전히 '유동적'

문 대통령은 일본이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한 후 수석·보좌관 회의, 국무회의 모두발언과 관련 일정을 통해 대일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일본의 조치를 '반세기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으로 규정하고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해 '강경 메시지'로 해석된 7월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은 문 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NSC 상임위원회는 전날(31일) 긴급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나갈 경우 우리 정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포함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NSC 상임위가 회의 후 결과를 발표한 수위와 비교해 강한 톤의 경고다.


청와대는 2일 개최되는 일본의 정례 각의를 주목하면서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이날(1일)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 계기로 태국 방콕에서 한일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한일 외교장관이 대면하는 만큼 반전의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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