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의 주인공인 배우 강하나(19)양이 '2019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를 찾아 분단된 남북 현실에 눈물을 흘렸다.
일본 오사카 출신의 재일동포 4세인 그녀는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로 인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태평화 국제대회를 찾아 일본군 성노예 문제 알리기 위한 역할을 하고자 나선 것이다.
영화 '귀향'을 출연할 당시 이른바 '신상털이'까지 겪으며 온갖 위협에 직면했던 그녀는 이번에는 동아시아를 피해국들은 물론 남과북이 함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공론화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토아먀 유키오 일본 전 총리가 극우세력의 반대와 위협에 아태평화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강양은 "이렇게 큰 행사에 초청을 받고 깜짝 놀랐고, 영광스러웠다"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참석 이유를 말했다.
그러면서 강양은 "이번 국제대회를 통해 '귀향'을 찍었을 때보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실천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바로 알게 됐다"는 강양은 사실 남과북의 분단 문제를 몸으로 겪고 자라 온 재일동포로서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올해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자란 강양은 히가시오사까조선중급학교와 오사까조선고급학교를 다니면서 '두개의 역사' 배워야 했다.
모두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계열의 학교로, 두 차례 북한까지 다녀왔다.
강양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는 북쪽에도 있다"며 "조선반도는 하나였지만,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역사수업을 받을 때 남쪽과 북쪽 두개의 역사를 배웠다"는 아픈 과거까지 드러내 보였다.
당시 "같은 나라인데 역사를 따로 배우는 데 의문이 들었고, 같은 말을 쓰는데 분단되어 있다는 데 가슴이 아팠다"며 "일본에 살면서도 북이랑 남이랑 너무 답답했고,지금의 판문점 선언을 볼 때 감동적이었다"며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로 그녀가 받았을 차별과 아픔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지금은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도 가고 북한도 가고 하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며 "통일이 되어서 북도 남도 다 갈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日 잘못된 교육시켜, 피해 끝까지 알려야
강양은 최근 일본의 수출보복 등 한일 관계에 대한 분위기도 전했다.
강양은 "지금 일본에서는 원래 한국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이 사람들을 '한국이 또 뭐라 하고 있네' 식으로 이야기 한다"며 " 일본 사람들이랑 한일 관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대답을 하기 힘들디. 빨리 해결이 되기 바라고 오해가 풀려 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위안부 문제를 안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며 "일본 사람들은 피해자가 됐을 때를 안 믿는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좋아서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양은 특히 "일본 정부가 그렇게 교육을 시켜서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끝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고, 타협을 하지 않고 이야기 해야 하는 진짜 어려운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강양은 아태평화 국제대회에 참석해 이용수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와 함께 단상에 오를 예정이며, 영화 '귀향'의 짧은 영상이 국제대회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올바른 피해 인식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보다는 불편하지만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성노예'는 경기도의회가 현재 우리나라 현행법과 공식자료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라는 표현은 일본 장병들을 상대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을 뜻하는 '종군 위안부'에서 유래된 잘못된 표현으로, 영어권 국제사회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 Victims)라는 용어로 사용하도록 조례를 만든 데서 시작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일본군 성노예라는 말은 할머니들이 들을 때마다 불편해 하신다"면서도 "그렇게 불려지는 것이 마땅하다.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일본의 종군 위안부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또 "그래도 우리가 할머니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틀린 인식이 아니라 바른 인식을 위해서 그렇게 불리워야 한다"며 "일본이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판에, 피해자들이 돌아가시면 은폐가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비정상적이다.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이 무관심한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