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새벽배송'에 속타는 업체들

입력 2019.07.22 08:00수정 2019.07.22 09:31
"팔수록 손해"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새벽배송'에 속타는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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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새벽배송'에 속타는 업체들
(사진제공=SSG닷컴)©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벽 배송' 후유증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일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관련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덩달아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적자의 주범은 바로 '포장비'다. 새벽 배송 주력 상품이 식음료여서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포장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통업체의 고민이 날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매출은 역대 최대 수익성은 하락…포장비 증가도 한 몫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 식음료 구매액은 1조995억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공개한 2017년 이후 월별 통계 기준 최대치다. 온라인 시장이 그동안 계속 성장해 온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고액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식음료 구매액이 증가한 것은 마켓컬리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당일 배송이 빠르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가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식음료 매출이 갈수록 증가하지만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빠른 배송에 필수인 인건비 투입과 포장비까지 더해지면서 '팔면 팔수록 적자'라는 표현이 들어맞고 있다. 마켓컬리 매출을 보면 2017년 465억원에서 2018년 1571억원으로 약 3.4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포장비는 39억원에서 177억원으로 4.5배 늘었다. 인건비(44억원→74억원)가 2배 미만으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포장비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마켓컬리의 고객 불만족 중에 하나로 과대포장이 꼽힌다. 주문한 상품 대비 포장이 과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문자로선 포장지는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제품이 변질되면 고객과 보상을 두고 책임 유무를 따져야 한다"며 "제품 포장과 보랭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포장비 줄여라" 친환경 소재 개발 집중

최근 유통업체들이 포장비를 줄이기 위한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소재를 활용한 포장과 재활용이 가능한 백을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고객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동시에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는 재생지로 제작한 친환경 냉장 박스인 에코박스를 도입했다.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회수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알비백'을 내놨다. 고객이 처음 주문하면 알비백을 무료로 준다. 이후 주문부턴 직접 알비백을 현관문 앞에 놔둬야 한다. 배달자가 제품을 알비백에 담는 시스템이다. 다만 고객이 알비백을 놔두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 2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추가로 알비백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불필요한 포장 부자재 감소를 위해 보완한 친환경 시스템"이라며 "9시간가량 보랭이 가능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친환경 포장재 개발 요구가 자칫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인 상자와 아이스팩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특히 주문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도 불가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소재 개발 비용과 포장재 값이 수익성을 깎아내릴 수 있다"며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제품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어 고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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