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일본 언론들이 19일 일제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며 한국 비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이 제시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기한인 18일이 지나자마자 이에 응하지 않은 한국 측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하는가 하면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한일 정상 간 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나섰다. 그러면서 수출규제로 인한 반일감정의 격화 등을 우려하면서 비난하는 모습이다.
극우 산케이신문은 이날 자사 칼럼에서 일제 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해결이 끝난 것이라면서 중재위 설치에 응답하지 않은 한국 측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강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본 정부도 계속 같은 입장을 취해 왔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국 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렸고, 일본 정부는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한국에 제공한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 부(副)장관 역시 전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법 위반' 상태의 시정을 포함한 적정한 조치를 조급히 취하는 동시에 협정상 의무인 '중재'에 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해결된 문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 사태를 악화시키는 쪽은 한국 측"이라면서 "반일 여론에 자승자박이 돼 대응 능력의 부족함을 드러낼 뿐"이라고까지 수위를 높여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검토 중이지만 한국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심리로 갈 수 없을 수도 있다면서 이와는 상관없이 한국 측의 협정 위반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한국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재단(화해·치유재단)도 멋대로 해산했다"며 양국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사과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반도체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한 것(수출규제 강화)도 국제규범(법)을 지키지 않는 한국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해묵은 문제들을 거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오피니언면 칼럼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협의나 (제3국을 통한) 중재를 거부하면서도 한국은 수출규제를 놓고 일본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 판결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는 책임 회피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나라와 나라와의 약속을 기다렸지만 불신감 때문에 안보 문제와 통상 정책이 겹치며 사태가 더 복잡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적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교 정상화 이후 반세기동안 쌓은 한일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길 바란다. 한국 기업와 국민을 우군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일 갈등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 빠져있고 엉킨 실을 푸는 것은 외교밖에 없다. 한일의 경우 정상 간 대회일 것이다"라면서 한일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해 외교 회복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일본이 먼저 경제보복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일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면서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선 특사 파견이나 한일 군사정보보보협정(GSOMIA) 폐기 같은 주장도 논의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금은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