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 살해한 남편, 범행 3시간 뒤 아들에게..

입력 2019.07.13 13:17수정 2019.07.13 13:42
징역 3년 1심에 불복해 항소
치매 아내 살해한 남편, 범행 3시간 뒤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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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살해한 80대 남편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3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81)가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에 불복, 변호인을 통해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 변호인측은 “1심에서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이 고령이고 치매를 앓고 있는 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A씨는 1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었다.

검찰 또한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A씨는 지난 4월22일 오전 2시께 전북 군산시 자택에서 아내 B씨(82)를 흉기와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범행 3시간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버지의 울음소리에 불길한 예감이 든 아들은 곧장 A씨의 집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B씨의 시신 곁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A씨가 남긴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너무 힘들었다, 자녀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범행 일체 자백을 받아내고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조사결과 A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라”는 제안을 아내가 거절하자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B씨는 지난 2012년부터 치매를 앓아왔으며, 최근 증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증세와 당뇨 등 지병에도 A씨는 그 동안 아내를 돌봐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많이 지쳤고 힘들었다. 나이가 있어서 간병을 지속하기 힘들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고 범행 동기에 대해 진술했다.

군산지원 제1형사부 해덕진 부장판사는 “살인은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다만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2012년부터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봐온 점,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가족들이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면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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