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유·43)가 약 17년 만에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이 11일 한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 및 입국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유씨는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비자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해 10월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F-4 비자는 외국인에게 부여할 수 있는 체류자격 중 가장 광범위한 혜택을 부여해 주는 비자다. 3년마다 갱신하면 한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으며 취업 활동도 대체로 자유롭다.
1심과 2심은 비자 신청 거부와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적법하다고 봤으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2심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기존 판단을 뒤집을 경우 유씨는 한국에 입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의 병역기피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3월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들도 60일 이상 국내에 머물며 돈을 벌 경우 병역의무를 져야만 했다.
미 영주권자로서 국내에서 가수 활동 중이던 유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유씨는 2001년 10월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지만, 방송 등을 통해 수차례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02년 1월 일본에서 콘서트가 끝난 뒤 미국에서 가족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서약을 한 뒤 출국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당시 유씨는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태였으며, 출국 허가를 받기 위해 지인 2명을 보증인으로 세웠다.
그러나 유씨는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 LA로 건너간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소집통지서를 받은 유씨가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 병역의무를 회피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병무청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유씨의 입국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법무부도 이를 받아들여 2002년 2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 3·4호, 8호에 따라 기한 없는 입국금지를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안전을 해치는 행동, 경제·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무부장관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유씨는 미국 국적 취득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2002년 2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 했지만 거부당해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 입국 의사를 타진했으나, 2003년 6월 예비 장인의 문상을 위해 3일 간 일시귀국한 것을 제외하면 17년6개월 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