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노동자 집단 삭발.. "1족당 임금 5500~7000원"

입력 2019.07.08 12:21수정 2019.07.08 14:09
"하루 16시간씩 일하면서도 지난 20년간.."
제화노동자 집단 삭발.. "1족당 임금 5500~7000원"
제화노동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 유통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집단 삭발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제화노동자들이 백화점 유통수수료를 낮출 것을 요구하며 집단삭발에 나섰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재벌의 과도한 유통수수료로 인해 제화노동자들이 죽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날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두업체 탠디의 하청업체 'BY상사'의 최근 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제화노동자를 비롯한 16명은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백화점 구두 한 켤레 값이 30만원이면 백화점이 유통수수료로 38%, 홈쇼핑이 41% 이상을 가져간다"면서 "제화공들의 공임비(1족당 임금)는 5500~7000원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6시간씩 일하면서도 지난 20년간 제화공들의 공임비는 인상은커녕 오히려 낮아졌다"면서 "백화점과 홈쇼핑의 수수료가 올라갈 수록 제화공들의 공임비는 더 낮아진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4월 제화공들은 구두업체 탠디 본사 점거 시위를 펼치는 등 저임금과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알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713명의 제화공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공임비 인상과 4대보험, 퇴직금 보장 등을 협상했다.

하지만 업계의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하청공장을 해외로 기습 이전하고 체불임금과 퇴직금도 주지 않은 채 폐업하는 '먹튀 사례' 등이 빈번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단체교섭을 통해 약속했던 공임비 인상이 지켜지지 않았고, 매출 1050억의 미소페가 하청공장들을 중국으로 기습이전하고 먹튀 폐업하는 일도 반복됐다"면서 "이러한 일들의 핵심원인은 결국 백화점과 홈쇼핑의 과도한 수수료율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수제화 산업 등에서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율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판매수수료율을 낮춘 업체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 등 자율적인 수수료 인하를 유도할 계획을 밝혔다. 또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할인행사 등의 판촉비용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기는 관행에 대해서도 올해 8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비정상적인 유통재벌의 개혁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최소한의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제화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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