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딱지 떼기도 전 '요직' 발령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취업 관련 '셀프발언'을 계기로 KT에 재직 중인 황 대표 아들의 '입사 성공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황 대표 아들 A씨는 2011년 말 '8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T에 합격했고 필기시험에서 무난한 성적을 거둔 것과 달리 입사 최종관문인 임원면접에서 '올 A'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입사한 지 10개월만에 요직인 법무실에 배치받은 사실이 논란이다.
이에 대해 24일 KT새노조는 "A씨가 입사 1년도 안돼 법무실에 배치받은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KT새노조에 따르면 황 대표 아들 A씨는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지 10개월만에 법무실로 배치됐다. 보통 신입사원의 경우 최소 2년 정도 입사 때 배치 받은 직군에서 근무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라는 설명이다. 최소 2년 정도 지나야 본인의 희망부서와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인사이동이 이뤄진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채용비리 의혹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추 의원에 따르면 A씨의 인사이동 시점에 KT의 윤리경영실장으로 근무하던 임원과 법무실장이 모두 황 대표의 측근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A씨가 법무실로 이동할 때 윤리경영실장이 정성복 전 검사였는데 이 사람이 황 대표가 검사 시절 성남지청장 후임으로 온 인물"이라며 "법무실장도 황 대표가 검사 시절 함께 일했던 후배"라고 말했다. 채용비리 의혹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새노조도 목소리를 높였다. 새노조 관계자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보통 2년 근무를 하다가 다른 부서로 배치 받거나 아니면 몇 년 정도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한다"며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법학'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마케팅 직군 신입사원이 법무실로 이동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형법 314조에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상적인 과정을 무시하고 윗사람의 입김에 의해 부서이동이 이뤄졌을 경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황 대표 아들 A씨는 KT 입사의 최종 관문인 임원면접에서 면접관 4명 모두로부터 'A'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과정인 1차 실무면접에서 다수의 면접관으로부터 'C'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서류전형에서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그는 필기시험의 일종인 '인·적성 검사'에서는 상위 20%에 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적성검사가 업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절차여서 상위권에 속하지 않음에도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A씨는 학점 4.3 만점에 3.29, 토익은 만점에 가까운 925점, 컴퓨터 관련 여러 자격증 등 스펙적으로는 평균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스펙이면 입사한 것에 무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최종 임원면접에서 면접관 모두로부터 A를 획득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1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이 학점도 엉터리라 3점도 안 되고 (토익) 800점 정도 말곤 요즘 말하는 다른 스펙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취업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추 의원은 "아들 일화로 보다 가깝게 청년에게 다가가려고 얘기한 것이라는 황 대표의 변명이 얼마나 청년의 현실과 비애를 모르는지 확인해준 꼴"이라며 "황 대표와 KT는 부정채용과 특혜발령 의혹에 대해 철저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아들 스펙을 정정한 발언과 관련해 "낮은 점수를 높게 이야기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