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용역업체도 동 대표 '갑질'에 속수무책
동 대표 "기강 안서면 문제될 것 같아 조치 요구"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아파트 동 대표를 제지했다는 이유로 60대 아파트 경비원이 해고돼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광주 서구 모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동 대표이자 감사를 맡고 있는 A씨(59)는 지난달 9일 오후 9시10분쯤 단지 내 테니스장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주민 신고를 받고 상황을 정리하러 온 경비원 B씨(62)는 "이러지 마시라"며 A씨를 말렸다. 다른 주민도 함께 나와 거들었다.
그러자 A씨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감사도 몰라보고 함부로 하느냐"고 큰소리를 쳤다.
실랑이는 계속됐고 참다 못한 B씨가 "감사면 술 마시고 그래도 되느냐"고 맞받아치며 A씨를 테니스장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후 A씨는 이후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위원회 회장에게 "경비원이 감사도 못 알아본다"며 경비원을 해고하라고 압박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비원이 '감사면 다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관리소장과 입대위 회장 등에게 경비원 해고하라고 다그쳤다"며 "경비원은 용역회사 소속이라고 하자 용역회사까지 수차례 전화해 내보내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이 아파트에서 근무한 B씨는 결국 지난 6월1일 아파트 경비직에서 해고됐다. 용역회사 측은 지난 11일 B씨를 다른 아파트로 전보조치했다. 전보 발령 이유는 '감사를 몰라봐서'였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부당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업체도 아파트와 경비계약을 맺은 위탁사이고 '갑과 을'의 관계"라며 "담당자와 판단해 잘못한 부분이 없으니 근무를 계속 시키고 싶었지만 몇번이고 B씨를 경비직에서 빼라고 하니 전보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해당 아파트에 업체 소속 경비원들이 16명인데 전보 요구를 무시했을 경우 다른 경비원들에게도 피해가 가거나 위탁 계약 전반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변하고 최근 사회 분위기가 갑질을 조심하는 분위기라 이번 경우는 매우 드문 상황"이라며 "현재 2000여명의 업체 근로자들이 광주 각 자치구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A씨는 "동 대표나 주민들 보기에 감사를 무시하는 것은 문제라 생각했다"며 "아파트 내 다른 경비원들에 영향도 주고 사기도 떨어지니 기강이 안 서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조치를 취해달라고 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비원 B씨는 "너무 억울하다. 아파트 감사면 술먹고 난동을 부려도 되는 것이냐"며 "나 혼자라면 노동청에 신고라도 하고 싶지만 나 때문에 용역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망설여진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