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어눌한 외국인 행세…77장 압수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한국말이 어눌한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영화소품용 100달러 지폐를 택시 요금으로 지급하고 거스름돈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생활고를 이유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영화소품용 100달러 지폐를 실제 돈처럼 택시에서 펑펑 쓰고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들은 한국말이 어눌한데다 영어를 사용하며 100달러 지폐를 건네자 별다른 의심없이 거스름돈을 내어줬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30일 사기 혐의로 A씨(4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5월16일 오후 11시쯤 부산 서구청에서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서 영화소품용 100달러짜리 모형 지폐를 요금으로 지불한 뒤 거스름돈 8만원을 받는 등 24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30만5000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이달 초 인터넷 쇼핑몰에서 'FOR MOTION PICTURE USE ONLY(영화 촬영용으로만 사용하세요)'라고 적힌 100달러 지폐 100장을 구입한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김해공항과 호텔, 관광지 등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이전에 해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택시를 타면 주로 영어를 사용했고 한국말이 어눌한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와 이동경로를 추적해 경남 김해시에 있는 A씨의 주거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의 주거지에서 모형화폐 77장과 범행 당시 착용했던 모자를 압수했다.
경찰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100달러 모형지폐 100장 가운데 22장을 사용했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100달러 모형지폐 주의 문구가 영어로 적혀있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은 진짜 화폐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종이 재질을 만져보거나 글자를 살펴보면 모형 지폐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