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유재산 실태조사 및 권리보전 추진실태' 감사 결과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정부가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 등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구축한 프로그램도 활용하지 못해 관련 소송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친일재산 정리에 필요한 자료를 이미 손에 쥐고도 중복 조사를 실시해 행정력을 낭비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30일 이같은 내용의 '국유재산 실태조사 및 권리보전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조달청은 2012년 6월부터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 등 귀속재산에 대한 사실조사와 이를 국유재산으로 취득하는 권리보전 업무를 소홀히 했다.
특히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구축한 '일본인명 DB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재산조사위원회는 일본인과 창씨개명한 한국인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일본인 명의 재산이 계속 남아 있자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재산의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 2006년 8월~2010년 7월 활동하고 해산됐다.
재산조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 조선에 거주한 일본인 등의 인명자료를 수집해 2007~2009년 '일본인명 DB'를 구축했고 원천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일본인 명단과 그 원천자료를 연결하는 '일본인명 DB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활용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원천자료를 확인할 경우 거주 당시 주소 등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일본인 또는 창씨개명한 한국인인지 구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재산조사위원회 해산 시 일본인명 DB를 발간한 책자와 수집한 원천자료 CD는 국가기록원에 이관됐지만 '일본인명 DB 검색 프로그램'은 유지·보수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이관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런데 조달청은 2015년 3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수집한 일본인명 DB를 일본인 명의 귀속재산 권리보전 조치에 활용하면서 일본인 입증에 중요한 자료인 부(府)·시(市)·군(郡) 및 상세주소 항목과 일본인이 확실한 경우 표시한 비고란 등을 활용하지 않았다.
또 일본인 명단과 그 원천자료를 연결시키는 검색 프로그램을 복원·활용하지 않는 등 일본인 명의 귀속재산 권리보전 조치에 필요한 중요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에 국가 귀속대상인 일본인 소유 토지임을 입증하지 못해 관련 은닉재산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를 대상으로 원천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일본인이 경상남도 합천군에 주소를 두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은 일본인 명의 재산으로 확인·결정된 자료조차도 활용하지 않았다.
조달청은 재산조사위원회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인 명의 귀속재산으로 확인·결정한 토지 3520필지(320만여 ㎡)에 대한 조사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는 재산조사위원회에서 조사 등을 거쳐 일본인 토지로 결정한 것으로 우선적으로 활용할 경우 효율적인 권리보전 조치가 가능했다.
그런데 조달청은 재산조사위원회가 조사한 684필지 결과를 활용하지 않은 채 중복으로 조사했으며, 566필지는 지난해 11월 현재까지 권리보전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아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유재산 대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매년 전기오류수정손익이 증가하고 있었다. 전기오류수정손익이란 이전 기간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반영하지 못한 내용을 당해 회계연도에서 발견해 이를 수정하는 회계처리(전기오류수정) 중 자산 증가 및 부채 감소를 발생시키는 '전기오류수정이익'과 자산 감소 및 부채 증가를 발생시키는 '전기오류수정손실'을 의미한다.
감사원 조사 결과 최근 5년간 전기오류수정손익 발생 규모가 가장 큰 토지 항목에 대해 지난해 9월30일 기준 토지대장과 국유재산 대장을 비교한 결과 31만1559필지(69%)가 국유재산인데도 대장에 등재되지 않았다.
2만8864필지(6%)는 국유재산이 아닌데도 대장에 등재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토교통부와 협조해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의 토지대장을 디지털국가예산회계시스템(d-Brain)의 국유재산 대장과 연계하거나 토지대장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등으로 국유재산 대장이 국유재산 현황을 최대한 반영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