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주민 "'기분좋다'고 하신 게 엊그제…어떻게 잊어"

입력 2019.05.23 15:51수정 2019.05.23 15:55
"너무 이른 나이에.." 그리워하는 사람들
봉하마을 주민 "'기분좋다'고 하신 게 엊그제…어떻게 잊어"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시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19.5.2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봉하마을 주민 "'기분좋다'고 하신 게 엊그제…어떻게 잊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긴 행렬이 줄지어 있다. 2019.5.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강산 변했을 지언정 국민들 마음은 10년 지나도 그대로"
"아침 저녁 밀집모자 쓰고 자전거 탄 모습 늘 그리워"

(김해=뉴스1) 강대한 기자 = “벚나무 밑에서 ‘아 기분 좋다’고 하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10년이 지난들 어떻게 잊겠는가.”

봉하마을 주민 황봉호씨(69)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요즘 같은 시대에 64세는 청년이라고 할 정도로 젊은 편이다. 노 전 대통령이 너무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많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을 찾는다”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러도 (추도객의 발길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황씨의 말대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국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Δ2012년 73만1874명 Δ2013년 71만8227명 Δ2014년 70만7112명 Δ2015년 64만4340명 Δ2016년 79만7489명이 찾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에는 103만3252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했으며 2018년은 72만3607명이었다.

황씨는 노 전 대통령의 금의환향 당시 “고향으로 건강히 돌아왔을 때 마을이 시끌벅적하니 말 그대로 잔치였다. 초·중학교를 같이 나온 저와 선후배들 모두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반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전에 화포천과 마을 주변 청소, 농사, 손님맞이 등 하루도 쉬지 않으셨다”며 “아침저녁으로 밀짚모자를 쓴 채 자전거를 타고 2, 3명이 같이 지나가면 누가 대통령인지조차 몰라볼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황씨가 가르키는 봉하마을 내 벚꽃나무 주변은 주차된 차량이 빼곡해 마치 ‘그때’를 연상케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서거한 그 날.

2008년 2월25일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던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약 15개월 뒤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그는 투신했다.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지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황씨는 “저는 행님(노무현)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좀 더 같이 있었더라면 마을 농민들에게도 그 분의 해박한 지식은 도움이 됐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씨는 “돌아와서 1년여라는 짧은 시간밖에 못 뵀지만 참 융통성 있는 분이셨다”면서 “저보다는 다섯살이 많으셨는데, 항상 이름 뒤에 ‘씨’를 붙이며 존칭을 썼다.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도지사에게도 ‘경수씨’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저를 사저로 불러 ‘하루라도 젊을 때 봉하산에 다양한 나무를 심자. 나무를 심으면 숲은 반드시 좋아진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숲 해설사 자격증을 공부하라며 봉하의 먼 앞을 바라보셨다”고 회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은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을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특설문대에서 거행됐다. 행사 직전까지 이날 하루 누적 방문객 수는 1만3736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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