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객 "아이들에게 사람 사는 세상 가르쳐 주고 싶어"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참석…예년보다 보안 강화된 듯
(김해=뉴스1) 강대한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애도를 표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10분쯤 “2㎞ 남았습니다”라는 내비게이션의 알림과 함께 봉하마을 인근에 도착하자 숨이 꽉 막혔다. 한 줄로 늘어서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차량 행렬 때문.
마음이 급한 일부 시민들은 양산과 모자를 쓴 채 내리쬐는 햇빛을 뚫고 도로 양옆 갓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나 겨우 임시주차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통령 묘역이 있는 마을 안까지는 또 10여분 걸어야 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가에는 노란 바람개비가 순풍에 돌고 있었고, 방문객들의 표정 역시 밝아보였다.
마을에 도착하자 노란 배경에 검은 글씨의 ‘사람 사는 세상, 만들어 가겠습니다.’ ‘대통령님 늘 깨어있는 시민이 되겠습니다!’ 등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으로 아이 손을 찾은 부부, 밀짚모자를 쓴 청년, 선글라스를 쓴 중년부부, 친구들과 함께 찾은 청년들, 부채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 등 남녀노소 할 것없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묘역으로 향했다.
대부분 한 손에 하얀 국화를 들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서거 10주기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묘역에는 문희상·이낙연·정세균·이해찬·황교안·손학규 등 정치인들의 조화가 자리했다.
이날은 예년과 달리 검문검색 등 보안이 대폭 강화된 듯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유족에 선물하고 추도식에 참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입구의 X-레이 검색대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행사장 입장이 가능했다. 어렵사리 행사장에 입장하니 노무현재단 측에서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담은 햇빛가림용 노란 모자를 제공했다.
친구와 함께 묘역을 찾은 문모씨(32·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그 해 찾아뵙고 애도했는데,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추도식에 와서 죄스러운 마음이 있다.
부산에서 아이와 함께 왔다는 박창균(35)·김미영(31·여) 부부는 “볕이 이렇게 뜨거워도 아이에게 사람 사는 세상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면서 “추도식은 매번 참석하지 못하지만 가족들과 노무현 대통령 참배는 매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은 이날 오후 2시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특설문대에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