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낸 적이 한번도..' 판사 속인 뒤 이틀만에 발톱 드러낸 전과 80범

입력 2019.05.22 14:00수정 2019.05.22 14:24
전국팔도 유랑하면서 무일푼으로 살더니만..
'돈 낸 적이 한번도..' 판사 속인 뒤 이틀만에 발톱 드러낸 전과 80범
© News1 DB


영장기각 이틀만에 또 범행
돈 한푼없이 전국 '유유자적'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나가서 치료도 잘받고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난 9일 광주지방법원. A씨(45)는 자신의 구속여부를 결정짓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눈물을 훔치며 판사에게 용서를 구했다.

"제가 머리 수술을 하면서 전두엽을 다쳐 충동이 조절이 안됩니다. 나가면 병원다니면서 이런 범죄 다시는 안 저지르고 정신차리겠습니다."

무전취식 등 전과 80범의 A씨는 지난 5일 광주 서구 한 식당에서 3만2000원 상당의 고기를 먹은 후 돈을 내지 않고 같은날 여관 숙박비 6만원도 지불하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판사는 진심으로 뉘우치는 듯한 A씨의 모습에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지불하지 않은 금액이 소액이며 충분히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

하지만 불구속 상태가 된 A씨는 다시 본색을 드러냈다. 영장기각 이틀만이었다.

A씨는 지난 11일 경기도 안양에서 대전 복합터미널까지 택시비 20여만원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로 또다시 붙잡혔다.

A씨는 "그냥 대전에 가고 싶었다"며 택시를 탄 후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비 외에도 광주 서구 한 식당에서 3만2000원상당의 고기를 먹고 여러 곳의 식당과 술집 등에서 무전취식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2만~3만원의 소액이며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중에 가져다주겠다"는 A씨의 말에 용서를 해주거나 화를 내며 쫓아내 신고를 하지 않은 범행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정한 직업과 거주지없이 그야말로 전국팔도를 유랑하고 다녔다. 최근 몇 달에만 평택, 부산, 대구, 수원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무일푼으로 택시와 버스를 타고 식당과 술집에서 음식을 먹은 후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또다시 붙잡혀 구속이 불가피해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번에 판사를 속인 것이 맞다"며 "순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했다.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수년간 수십차례 상습적으로, 그것도 영세사업장만 골라 사기 행각을 벌인 점 등으로 미뤄 이번 혐의는 구속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전국에서 저지른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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