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평가, KPI에 50% 반영하기로
최태원 "내세우기보다 개선을 고민하라"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SK그룹이 경영활동을 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측정해 공개했다. 손실 규모까지 숨김없이 공개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도 보였다.
SK는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각 관계사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Δ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Δ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Δ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이 측정 결과는 인사 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성과지표(KPI)에도 50%가 반영된다. 가령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기존에는 재무성과 관련 항목이 KPI의 전부를 차지했지만, 이를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50%는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로 반영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가치 측정값이 10%, 사회적 가치 확대 방안이 30%, 사회적 가치 실현 관련 안전·환경·보건 분야 10% 등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은 "다른 기업도 착한 기업이 되려고 하지만, 저희는 이를 계량화하겠다는 게 다른 점"이라며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말처럼, 그냥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잘 했는지 측정해 목표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가치의 실천이 주주 이익에 반하고 적자 기업은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오히려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SK그룹에서 사회적 가치는 신규사업 전략이자 마케팅 전략"이라며 "그게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정현천 전무도 "경기가 어렵다고 R&D를 하지 않는 기업, 사회적 가치를 통해 고객의 니즈 파악을 게을리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과 의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SK텔레콤이 발표한 수치를 최 회장에게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수치 중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비즈니스 사회성과 부문에서 1조2000억원의 가치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1조원이 넘는 가치 손실은 발표하지 말고 그냥 작년 대비 얼마나 발전했다고 발표하자'고 주장한 회사도 많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 회장은 '첫 출발이니까 현재 상태를 잘 했다고 내세우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개선 목표가 생겼고 이를 달성하겠다는 대사회적 약속"이라며 "우리가 인위적으로 올린 점수는 사회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에 이를 공개했다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계속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