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왔느냐" 시민·5월 가족 거세게 항의…물 뿌리고 의자 던져
기념식 끝나고도 항의 받아…참배도 못하고 발길 돌려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사과하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 망언과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18일 오전 9시33분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황 대표가 버스에서 내렸다.
황 대표를 본 시민들은 즉각 몰려들었다. 이내 민주의문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월단체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5월관련 단체는 민주의문 앞에서 '5·18왜곡 처벌법 가로막는 자유한국당 즉각 해체', '5·18역사왜곡 처벌법 즉각 제정', '5·18진상조사위원회 즉각 가동'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했다.
시민들은 "황교안 오지마" "황교안 물러가라"고 외쳤다. 시민들의 반발에 황 대표는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시민들은 유인물이나 들고 있던 피켓을 던지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시민들이 넥타이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민주의문 입구에서는 경호원과 시민들이 엉키면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경호인력이 보강되면서 황 대표는 15분여만에 검색대 안에 들어섰다. 일부 시민들도 황 대표를 따라 검색대를 밀고 들어왔다. 진로가 막히자 황 대표는 방향을 왼쪽 역사의문 쪽으로 바꿔 이동했다.
황 대표에게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의자를 던지기도 했고, 물을 뿌리기도 했다.
어렵사리 기념식장까지 들어왔지만 이제는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황 대표에게 "왜 왔냐. 물러가라"고 외쳤다.
김모씨(66)는 "황 대표가 정말 올 지 몰랐다"며 "5월 단체 등이 요구한 진상규명이나 역사왜곡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황 대표가 기념식장 자신의 좌석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뒤에 앉아있던 오월어머니들의 항의했다. 일부 오월어머니는 오열하며 분노했다.
기념식을 보러 온 시민들도 일제히 "물러가라", "왜 왔느냐", "여기가 어디 줄 알고 오느냐" 등 항의가 계속 이어졌다.
한 오월 어머니는 화를 삭히지 못한 듯 황 대표에게 항의를 하러가려고 했지만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 등이 어머니를 끌어안으면서 진정을 시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손을 들어 진정하라는 표시를 보내기도 했다.
황 대표는 버스에 내린 순간부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과하거나 양해의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시민들이 항의하는 목소리는 5·18기념식이 진행되면서 수그러들었다. 황교안 대표 이후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장에 입장하면서 소란은 진정됐다.
기념식이 시작되자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이에 자리를 잡은 황 대표의 얼굴은 기념식 내내 경직돼 있었다.
'5월 광주'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을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에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박수로 화답했지만 황 대표는 상기된 모습에 '가끔씩' 박수를 쳤다.
정치권이 5·18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는 대목에서는 여야 대표 중 유일하게 박수를 치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였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서는 3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1980년 '5월 광주'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맞춰 기념식장에 울려 퍼진 참석자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황 대표는 손을 흔들며 따라 불렀다.
3년 전 국무총리 시절 같은 장소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제창에 동참했다.
기념식이 끝나자 황 대표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다시 시작됐다. 경호인력은 황 대표의 주변을 다시 에워쌌다.
오월 어머니들과 시민들은 황 대표를 둘러싸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시민들은 "민주화성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여기를 오느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오월 어머니들은 "우리 보고 괴물이라고 하다니"라고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경호인력이 황 대표가 참배할 수 있도록 추모탑까지 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 m를 앞두고 시민들의 반발에 막혔다. 이동하는 내내 시민들은 '사죄하라'는 말을 외쳤다.
5·18로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박형순씨(69·여)는 "분명 약 올리려고 온 것"이라며 "처음에는 황교안을 무시하려고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어 "우리를 괴물집단이라고 했으니 사과해라"며 "사과를 하지 않고 이곳에서 기웃거리지 말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끝내 사과나 사죄의 말은 없었다. 5월 영령들에게 참배도 하지 못한 채 기념식장에 왔던 방식으로 다시 나갔다. 시민들이 계속 쫓아갔으나 버스에 탑승한 채 자리를 떴다.
황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광주의 상처가 치유되고 시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진정성을 갖고 광주를 찾고, 광주 시민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한국당 대표로서 당연히 안고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분들의 목소리도 가슴에 깊이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환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며 "저의 방문을 거부하시고 항의하신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헤아리고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