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이사장 징역 1년·조 전 부사장 징역 10월 구형
검정색 상·하의 입고 나란히 출석…3시간여 전 도착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백 등 개인물품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이 첫 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6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재판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인정하면서 결심공판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에 벌금 2000여만원, 3700여만원의 추징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월에 4400여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검찰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범행에 나아갔다"며 이같이 구형 이유를 밝혔다.
조 전 부사장 및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면서 미리 준비한 6페이지 분량의 최후 변론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사치품이나 귀금속에 대한 관세를 피하고자 대한항공을 활용해서 물품을 배송받았다는 비난이 있었으나, 사실이 아니다"며 "우연히 해외 지인이 대한항공으로 선물을 보내면서 대한항공 문서수발시스템을 이용하면 배송상 편리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법적인 문제가 되는 줄 모르고 무지에서 비롯된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지난 3월 이후 모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압수수색까지 당했으며, 갑질의 대명사가 되면서 공공의 적이 됐다"며 "조양호 전 회장은 이 일로 지병이 악화돼 치료를 받다가 숨지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또 "이미 사회적으로 충분한 처벌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며 "미력하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변호인 최후 변론이 이어지자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법적 절차를 확인하지 못한 점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전 이사장은 "미련한 사람의 부탁으로 열심히 일해준 것 밖에 없는 우리 직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이런 일이 죄가 된다는 것을 알려준 조사관님들, 검사님에게도 감사하고, 두번 다시 이런 일 없을 것이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날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상·하의 모두 검정색으로 맞춰 입은 채 나란히 법정에 들어섰다. 이 전 이사장이 먼저 법정에 들어와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조 전 부사장은 그 뒤를 따라 들어와 맨 앞좌석에 앉았다.
이들은 당초 재판 시간 보다 3시간여 전에 인천지법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취재진을 따돌린 뒤 법원 내에서 재판을 기다렸다.
재판은 인정 심문으로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74년생입니다. (직업은)무직입니다"고 밝힌 뒤 주소는 서면으로 제출했다. 또 이명희 전 이사장은 "49년생입니다. 직업은 없습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어 결심공판이 진행되면서 변호인의 최후 진술이 이어지자 눈물을 흘리면서 최후 진술을 이어갔다.
이들의 선고공판은 6월13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316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해외지사에서 과일, 도자기, 장식용품 등을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총 46차례에 걸쳐 3700여만 원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해외에서 구입한 선반, 소파 등 3500여만 원의 개인 물품의 수입자 및 납세의무자를 ㈜대한항공으로 허위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직원 2명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9000여만 원 상당의 의류, 가방, 장난감 등 물품을 총 205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