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영장 기각에 윤 총경 뇌물죄·김영란법 적용 못해
'제식구 감싸기' 비판에 수사권조정 국면 신뢰도 하락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경찰이 15일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유착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윤모(49) 총경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날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105일 동안 수사인력 152명을 투입한 대규모 수사에 비해 초라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시작됐던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인이 연루되고, 마약 투약 등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정도로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됐고, 민갑룡 경찰청장도 "경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이었다.
여기에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의 수사력을 가늠할 수 있는 평가대였지만, 이번 수사결과로 경찰은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선 경찰은 유착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윤 총경이 받은 접대의 총액, 대가성 미확인 등의 이유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윤 총경과 단속 사항을 확인해준 A 전 서울 강남경찰서 경제팀장(경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혐의만 적용됐다.
윤 총경이 유씨 등으로부터 식사 6회·골프 접대 4회·콘서트 티켓 3회를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뇌물로 볼 수 없고, 총 액수(268만여 원)가 적어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부정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현직 경찰 8명을 입건하고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이 중 버닝썬 유착과 직접 관련된 경찰은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경찰도 1명에 그쳤다.
전날 승리와 동업자 유씨(34)의 구속영장 기각도 경찰 수사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경찰은 승리 신병 확보를 위해 범죄사실 등에 대한 내용으로만 300페이지가 넘는 서류를 검찰에 보내는 등 오랜기간 심혈을 기울여 왔다.
경찰은 승리의 혐의가 명확히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만 영장을 신청할 때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고, 구속 수사가 왜 필요한지도 상세히 기술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법원은 승리의 횡령, 성접대 혐의 자체에 대해 다툼에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버닝썬 경찰 수사가 승리 구속에 초점이 잡혔던 것도 경찰 유착 수사 성과가 변변치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경찰 한 관계자는 "정권 눈치 보면서 의도치 않게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는데 성과가 예상만 못해 수세에 몰리게 됐다"며 "경찰의 손을 떠나 검찰에서 성과를 낼 경우에 경찰의 수사력 미비와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