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측, 적자탈피 위한 요금인상 내심 원해
정부 측, 탈원전 부작용 논란일까 전전긍긍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한전이 역대 최대 규모의 1분기 영업손실을 발표하자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 측은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수년째 이어지는 내핍경영을 계속한다해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은 전기료 인상이 자칫 탈(脫)원전 정책 부작용으로 비칠까 현 정부 임기 내에서 논의하는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국전력은 1분기 연결 기준 6299억원(잠정)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낸 영업손실 1276억원 대비 적자폭이 5023억원(393.7%) 더 증가한 것이며, 1분기 적자로는 역대 최대이다.
2016년만 해도 3조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한국전력이 3년 만에 최악의 실적으로 급변한 것이다. 지난 2017년 4분기 이후 작년 3분기를 제외하고는 5분기째 적자 늪이다. 5분기 적자 총액만 해도 2조3000억원이 넘는다.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전력구입비 상승이 지목된다. 발전용 LNG(액화천연가스) 등 국제 연료가가 오르면서 전력 구입비가 지난해 1분기보다 7000억원 늘었다. 전년보다 높은 동절기 기온 탓에 전기 판매 수익이 3000억원 감소한 것도 손실 증가 원인 중 하나다.
다만 전년에 비해 크게 오른 원자력발전 가동률이 영업손실 폭 감소에 기여했다.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5.8%로 전년 동기(54.9%) 대비 수직 상승했다. 만약 원전이용률이 전년 수준을 보였다면 1분기 영업손실은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탈(脫)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한전의 적자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돼 온 상황에서 한전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분기 실적을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원전이용률 상승'을 비중 있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원전 이용률 상승 속에서도 한전의 실적이 구조적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덩달아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원가보다 낮은 산업용 경부하요금 체계, 주택용 1단계 누진구간 요금제 폐지 등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가 조만간 개시될 가능성이 커 이를 시작으로 요금인상 문제까지 확장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조정 검토는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오는 6월에 확정해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후 전기 소비구조, 국민부담, 한전 재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논의)부분들을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 측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없다고 못 박아온 만큼 전기요금 인상 논의 자체에 대해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대신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완화 또는 폐지, 산업용 경부하요금 개편 등 불합리한 구조의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하는 수준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1분기 실적만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