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이웃집 노부부 살해한 남성이 재판서 남긴 말

입력 2019.05.10 15:15수정 2019.05.10 16:31
흉기와 장갑까지 미리 준비했으면서..
80대 이웃집 노부부 살해한 남성이 재판서 남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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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흉기·장갑 미리 준비…우발적 범행 아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올해 설 명절 당일 80대 이웃 노부부를 흉기로 살해해 구속된 7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합의부(부장판사 손주철) 심리로 10일 오후 열린 김모씨(76) 공판에서 검찰 측은 "112에 10회나 신고되고 경찰관이 7회나 출동한 상황에도 노부부를 살해했다"면서 "흉기와 장갑을 미리 준비해서 피해자들의 집을 침입한 사정, 도망하려는 피해자를 뒤쫓은 점을 볼 때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얼마 남지 않는 인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에 이런 자리에 서 있는 자체가 부끄럽고, 항상 다른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더 큰 아픔이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했다"며 "한 행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으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 측은 또 재판부에 "건물 증축과정에서 노부부 가족과 다툼이 있었고,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하면서 보상하려 했다"면서 "이를 알고 있는 현장건축과장을 불러서 증인 조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정상 증인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사망한 노부부와 담을 마주한 이웃 사이다. 그는 신축 다가구 주택에 대한 민원으로 피해자들과 갈등이 생긴 상황에서 올해 설날 당일인 2월5일 오후 1시18분쯤 노부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달 1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김씨는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당시 재판에 나온 피해자의 아들은 "6.25 참전용사인 아버지는 한번도 법을 어긴 적 없이 올바르고 곱게 살아왔다. 고령으로 체력이 떨어져 방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분을 돌아가시게 한 행위에 엄벌에 처하지 않을 시 제2, 제3의 보복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중형선고를 청했다.
그러면서 "진술서나 반성문은 '사탕발림'으로 형량을 경감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함께 재판을 방청한 가족 중에는 울음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김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2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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