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인 아버지, 딸이 재판서 남긴 말

입력 2019.05.08 12:11수정 2019.05.08 13:38
"엄마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주고 싶다"
엄마 죽인 아버지, 딸이 재판서 남긴 말
© News1 신웅수 기자


피해자 큰딸 "엄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싶어"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류석우 기자 = "뭔 이유로 죽였냐 X새끼야. 너 때문에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8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심리로 열린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피고인 김모씨(48)의 항소심 공판기일에는 피해자 모친을 비롯한 유족들이 방청석에 자리했다.

오전 11시께 수의를 입은 김모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 맨 앞줄에 앉은 피해자 모친은 욕설과 함께 "책임져라"며 울분을 토했다.

법정경위들의 제지에도 피해자 모친은 김씨를 향해 "왜 죽였냐 나쁜 X아. 뭔 이유로 죽였냐"고 소리쳤다. 재판부가 "자꾸 그러시면 법정에 계실 수 없다"고 해도 모친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법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재판부는 검찰 측과 김씨 측이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1심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후 재판부는 양측에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를 물었고, 검찰 측은 피해자 큰딸이 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발언기회를 얻은 큰딸은 유족들이 받는 고통을 담담하게 말하며 김씨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큰딸은 김씨를 '살인자' '피고인'이라고 칭했다.

피해자 큰딸은 김씨를 향해 "연약한 여성을 폭력으로 제압하고 생명을 무참히 빼앗는 행위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날이 어버이날인 점을 언급하며 "엄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싶다"고 흐느꼈다.

김씨는 큰딸이 발언하는 약 3분간 시선은 다른 편에 두고 눈만 깜빡거렸다.

이후 김씨는 "속죄하며 죗값을 눈물로 치르고 있다"며 반성한다는 취지로 직접 써온 글을 울면서 읽었다. 김씨의 최후변론 동안 피해자 어머니의 욕설은 이어졌고, 발언이 끝나고 퇴정하는 김씨를 향해 다른 유족들도 고함쳤다.

검찰은 1심과 같이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6월14일 오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0월22일 오전 4시45분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 이모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13회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김씨는 범행 두 달 전 이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GPS)를 부착하고 동선을 파악해왔으며, 사건 이전부터 범행장소 주변을 서성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했고, 자신을 못 알아보게 하기 위해 범행 당시 가발을 쓰고 이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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