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자 행방 묘연…직접 가해자 모두 석방
전문가 "국제 사회 더 이상 사건 파려는 의욕 없어"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017년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은 결국 살해를 지시한 진범들을 처벌하지 못한 채 가해자 2명이 모두 석방되면서 마무리되고 말았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베트남 출신 여성 도안 티 흐엉(31)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까장 교도소에서 나오면서 김정남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인물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함께 구속 기소됐던 공범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7)는 지난 3월 석방됐다.
하지만 암살을 기획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말레이 수사당국은 앞서 김정남 암살을 계획하고 두 여성에게 범행을 지시한 인물로 리지현(34)·리재남(58)·오종길(56)·홍송학(35) 등 북한 국적자 4명을 특정했지만 이들은 모두 범행 직후 도주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CNN에 출연해 "김정남 암살을 계획·조직·감독했던 이들은 도망쳤고, 공항에서 인간을 살해하는 데 대량살상무기를 쓴 끔찍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CNN은 당초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범행 당시 두 여성이 분명한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확고한 판단을 내렸지만, 이후 기소장을 변경해 이들의 살인죄를 벗겨준 것은 의문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라구나스 케사반 말레이시아 전 변호사협회장은 "왜 검찰이 판단을 뒤집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북한은 여러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있었다. 이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외교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북한이 외교에 나선 목적에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덮으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유언 그레이엄 라트로브대 교수는 CN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은 중국·한국·미국·싱가포르·베트남·러시아 등 세계 지도자들과 일련의 만남을 통해 국제적인 서사를 뒤집으려 했다"면서 "더 이상 국제 사회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더 파고들려는 의욕이 없다"고 분석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정남 암살 사건이 그동안 북한이 은밀하게 저질렀던 해외 살인사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남 암살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가 석방된 리정철(48)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는 보도가 알자지라통신에서 나왔다. 그의 자택에서 나온 현금 3만8000달러는 그가 평양 소재 무역회사에서 대북 제재를 피해 수출대행업무를 하면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