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정부도 대통령도 없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분노

입력 2019.05.02 12:53수정 2019.05.02 13:30
"이게 나라이고 정치인가. 창피하다"
"돈 앞에 정부도 대통령도 없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분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 2일 오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woIF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권혁준 기자


"돈 앞에 정부도 대통령도 없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분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 차린 시민분향소. © 뉴스1 권혁준 기자


"대통령, 참사해결 약속 지켜야…배상·보상도 가해기업 처벌도 없어"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옥시 본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무기한 농성을 진행할 것을 선언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2일 오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woIF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지난 2007~2010년 '옥시'에서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간질성 폐렴과 폐섬유화 진단을 받은 조덕진씨(48)가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조씨의 사망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403명째가 됐다.

또한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은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조씨의 아버지인 조오섭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가족을 둘이나 잃었다. 2012년에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최근에는 아들도 먼저 떠났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을 봐도 1400명이 죽고 6000여명이 죽음을 앞둔 참사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아들은 아무런 보상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씨는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고를 했지만 환경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 판정을 받으면서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피해지원을 받지 못했다.

조씨는 "보상을 받기 전까지는 아들의 장례를 절대 치르지 않겠다"면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을 위해서라도 가해기업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씨의 유가족 외에도 피해자들 10여명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남편을 떠나보낸 김태윤씨는 "1403명이 죽었는데도 가해기업이 잘못햇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방관하고 있다. 돈 앞에 정부도 대통령도 없는 것 같다"면서 "안용찬씨의 구속영장은 또 다시 기각됐다. 이게 나라이고 정치인가. 창피하다"고 말했다.

조순미 천식인정자권리찾기 대표는 호흡을 도와주는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나와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영정사진에 있는 이들은 어느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였고 예쁜 아들·딸이었다"면서 "이러한 고통을 들어줘야 할 국회의원과 정부기관은 뭐하고 있는지, 피해 기업들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긴 할 지 의문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피해자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시민분향소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피해단계의 구분철폐 등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가해자들이 공식 사과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배상·보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가습기 참사를 해결하겠다고,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길바닥에 나와 항의하고 있다. 부디 이 시민분향소에 오셔서 사망자와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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