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악화에 수급효과는 거의 없어...하반기 기대감 나와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한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대표주 삼성전자가 50대1로 액면분할한지 1년이 되어간다. 삼성전자는 주당 250만원을 넘나들던 '황제주'에서 주당 5만원대 '국민주'로 탈바꿈하며 지난해 5월4일 재상장했다.
1년을 돌아보면 액면분할로 개인의 삼성전자 투자 문호는 활짝 열렸으나 '반도체 업황 부진 전환'으로 기대했던 수급개선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주가·거래대금·시총 모두 뒷걸음…반도체업 악화에 액분 효과 미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1년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5253억원을 기록했다. 액면분할 이전 1년간 일평균 거래대금인 6175억원보다 15%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액면분할 이후 주가도 떨어지며 시가총액도 감소했다. 액면분할 당시 5만3000원에 시작한 주가는 약 1년이 지난 29일 종가 기준 4만6150원으로 13%가량 미끌어졌다. 지난해 6월8일 5만원 아래로 내려간 뒤 10개월째 5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3만원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액면분할 당시 333조1629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267조7447억원으로 65조원가량 줄었다. D램과 낸드 가격이 하락하며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결과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액면분할 이후 수급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을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 국민주 탈바꿈...주주수 5배 급증·개인 보유 비중 3.3%p↑
국민주로 탈바꿈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실질주주 수는 78만8047명으로 상장기업 중 가장 많았다. 2017년말 실질주주 15만여명의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주당 가격이 50대 1로 줄어든 만큼 더 많은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의 보유 주식 비율도 11.5%로 2017년말 8.2%와 비교해 3.3%포인트 늘었다. 액면분할 이후 개인이 삼성전자를 총 1조2115억원 순매수한 결과다. 같은 기간 외국인도 1조8876억원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홀로 2조9937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개인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3조4706억원을 순매수한 뒤 올해 들어서는 1조9627억원을 순매도한 만큼 개인 비율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 가능성...액분 효과도 나타날 것"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2분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악화를 이끌어 왔던 모바일과 서버 D램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급감했던 낸드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2분기 이후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투자의 시각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둔화에 따른 단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가는 연초 저점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면서 "실적 하락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에서 하반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업황 개선이 확인된다면 액면분할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의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듯하다"면서 "다만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은 높아진 만큼,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 거래량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