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연방지법, 2차 공판서 보석 불허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지난 2월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반북 단체 '자유조선' 소속의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이 23일(현지시간) 법원에서 보석을 요청했지만 불허됐다고 AP통신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보도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그의 공소장에는 대사관 습격 당시 구체적인 정황, 그리고 훔친 자료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건넨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해병대원 출신의 크리스토퍼 안은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 18일 체포 직후 열린 첫 번째 공판과 달리 일반에 공개됐다.
크리스토퍼 안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보석을 허용하고 24시간 전자감시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가택연금 상태로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그가 도주 위험이 있고 혐의의 심각성과 폭력성, 그리고 군사훈련 경험 등을 고려할 때 감금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리를 진행한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보석을 허용해야 할 특별한 정황을 인정하기 어렵고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방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보석을 불허했다. 또한 '범죄인 인도송환 절차 중 구금'을 명령해 그가 스페인으로 인도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미 검찰은 크리스토퍼 안에 대해 '도주 우려'와 '공동체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구금을 요구했다. 그는 스페인 대사관 습격사건과 관련해 강도, 불법체류 등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지난 19일 크리스토퍼 안이 미 당국에 체포됐을 당시 탄약이 채워진 40구경 권총 1정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기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기소장과 체포영장 등이 함께 공개됐다.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그를 비롯한 일당 10명은 지난 2월22일 북한 대사관 침입 당시 칼, 쇠막대기, 모의 권총 등을 소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사관 내부로 이동, 직원들을 결박한 채 컴퓨터 저장장치 2개, 컴퓨터 2대, CCTV 영상 저장장치를 포함한 하드 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1대를 훔친 뒤, 침입 5시간 만에 도주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습격 사건 이후 주동자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미국에서 FBI와 두 차례 업촉했다. 먼저 뉴욕으로 이동해 FBI측에 대사관 습격 사실을 알리고 입수한 물품을 넘겼다.
에이드리언은 이후 캘리포니아에서도 FBI 요원과 접촉해 크리스토퍼 안이 사건이 가담한 사실을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유조선이 대사관 습견 사건 배후를 자처하며 입수한 자료를 FBI와 공유했다고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미 당국은 크리스토퍼 안을 검거했을 당시 에이드리언의 자택도 급습했지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변호사인 리 월로스키는 그가 북한 암살단을 피해 모처에 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안의 3차 공판은 오는 7월18일 열릴 예정이다.